[내일을 열며] 비대면 여행

국민일보

[내일을 열며] 비대면 여행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입력 2020-07-09 04:02

코로나19와 함께 등장한 신조어가 여럿 있다. 그 가운데 ‘언택트(untact)’라는 말이 자주 쓰인다. 접촉을 뜻하는 콘택트(contact)에 부정 접두사인 언(un)을 조합한 말로, 한국식 영어인 ‘콩글리시’다. ‘비대면’ ‘비접촉’이란 의미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지 않으면서 여름휴가로 국내 여행과 집, 호텔, 캠핑장 등에서 ‘비대면 휴식’을 계획하고 있는 이들이 많다. 실제 국내 한 그룹이 계열사 임직원 1145명을 대상으로 여름휴가에 대한 의식을 묻는 설문조사를 한 결과 휴가 장소에 대한 질문에 가장 많은 응답자(42.2%)가 거리두기를 준수하며 국내 여행을 떠나겠다고 답했다. 집에서 머물겠다는 응답이 27.9%로 뒤를 이었다. 펜션이나 캠핑 등 야외(11.6%) 혹은 호텔이나 리조트 등 실내시설(11%)에서 타인과의 접촉을 줄이고 휴가를 보내겠다는 응답도 각각 10명 중 1명꼴이었다. 지난해 국내 여행과 해외여행 비율이 각각 52%와 26%를 차지한 반면 집에 머물겠다는 응답이 5%에 그친 것과 상당히 대조적이다. 약 70%의 응답자가 국내 여행 혹은 집콕(집에서 머물기)을 택한 것이다. 코로나19가 몰고 온 새로운 휴가 트렌드다.

휴가철이면 인산인해를 이루는 해수욕장 방문 의사에 대해선 10명 중 7명(68.4%)이 많은 인파가 예상되기 때문에 가지 않겠다고 답했다. 갈 의향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 가운데서도 절반가량(15.1%)은 입장객 수를 제한해야 한다고 답했다. 코로나19가 전국으로 퍼지면서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은 곳이 여행지다. 방문객들로 북적였던 주요 유적지는 썰렁해졌고 펜션과 같은 숙박업소는 물론 대부분 업종에서 여행객 발길이 끊겨 버렸다.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밀폐, 밀집, 밀접 등 ‘3밀’은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 그렇다고 집콕만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사람과의 접촉을 최대한 줄이면서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는 여행지는 얼마든지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최근 7개 지역관광공사(RTO)와 함께 코로나19를 피해 상대적으로 여유롭고 안전하게 국내 여행을 할 수 있는 ‘언택트 관광지 100선’을 선정했다. 기존에 잘 알려지지 않은 관광지, 개별 여행 및 가족 단위 테마 관광지, 야외 관광지, 자체 입장객 수 제한을 통해 거리두기 여행을 실천하는 관광지 등의 기준요건을 검토해 정했다.

수도권에서는 80년 넘은 잣나무들이 울창한 가평 잣향기푸른숲, 바다 위 신기루 ‘풀등’이 인상적인 이작도와 3개 섬이 다리로 연결돼 자전거 라이딩에 최적화된 신도·시도·모도 등 옹진의 섬들이 눈길을 끈다. 강원도에서는 춘천 의암호를 둘러싼 의암호 자전거길, 삼척항과 삼척해수욕장을 잇는 이사부길 등이 추천됐다. 덜 알려져 호젓하게 풍경을 즐길 수 있다. 대전에선 메타세쿼이아 숲길이 좋은 장태산 자연휴양림, 대전과 충북에 걸쳐 있는 대청호 오백리길, ‘맨발 트레킹의 명소’ 계족산 황톳길 등이 있다.

호남에서는 동학농민운동의 성지 교룡산성이 한적하다. 영남권에서는 바다 위에 길을 낸 포항 호미반도해안둘레길, 초록빛 왕버들과 보랏빛 맥문동이 어우러진 성주 성밖숲, ‘비밀의 숲’이라 불리는 안동 낙강물길공원, 한반도 생태계의 핵심축인 봉화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등이 꼽혔다. 제주도의 경우 곶자왈 숲이 온전히 보존된 고살리 숲길을 비롯해 신풍리 밭담길·애월 휴림·물영아리오름·한라산 천아숲길·무릉 자전거도로·정물오름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출렁다리, 골목길 등 일부 여행지의 경우 이미 널리 알려져 방문객이 많거나 방문객끼리 근접해 지나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진 곳이어서 주의가 필요하다.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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