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부동산 백지신탁

국민일보

[한마당] 부동산 백지신탁

한승주 논설위원

입력 2020-07-09 04:02

우리나라 고위 공직자가 되려면 ‘주식 백지신탁’을 해야 한다. 3000만원 이상의 주식이 있는 경우 처분하거나 처분을 위탁해야 한다. 공무원이 직무상 정보를 이용해 부당하게 취득할 수 있는 불공정한 재산의 증식을 막기 위해 2005년 11월 도입됐다. 대상자는 국회의원과 장차관을 포함한 1급 이상 고위 공직자 본인 및 배우자, 직계 존비속 등이다.

최근 주식 백지신탁에 빗대 ‘부동산 백지신탁’ 이야기가 솔솔 나오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5일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를 확보하려면 고위 공직자에게 필수 부동산(주거용 1주택 등)을 제외한 부동산 소유를 모두 금지하는 부동산 백지신탁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7일 미래통합당을 향해 “부동산 백지신탁제 도입을 당론으로 채택하자”고 말했다. 그는 “공적 권력을 갖고 대다수 국민의 사적 영역을 규제하려면 먼저 자기들의 손부터 깨끗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2년 대선 당시 안철수 후보의 공약은 더 구체적이다. 공직 후보자가 취임 시 실수요 외 부동산 백지신탁 의무를 지고, 퇴임 후 2년은 실수요 목적 외의 부동산 취득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 제도의 취지는 고위직이 되려면 실소유가 아닌 부동산을 처분하고, 재직 중 실현한 부동산 시세차익은 국가에 귀속하라는 것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바라보는 민심이 곱지 않다. 특히 다주택 고위 공직자에 대한 시선은 싸늘하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서울 강남이 아닌 충북 청주의 아파트를 처분한 후 여론이 악화되자 결국 서울 서초구 아파트도 내놓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의원 176명 전원을 대상으로 부동산 실태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고위 공직자가 여러 채의 집을 갖고 있으면 어떤 정책을 내놔도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며 하루빨리 집을 팔라고 사실상 지시했다. 여론은 돈과 명예 둘 중 하나만 선택하라고 한다. 부동산 백지신탁 논의가 제도 도입으로까지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한승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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