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공평 코로나, 불공평 공연장

국민일보

[데스크시각] 공평 코로나, 불공평 공연장

장지영 문화스포츠레저부장

입력 2020-07-09 04:06

코로나 바이러스는 공평하다. 찰스 영국 왕세자와 알베르 2세 모나코 국왕,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등 국가원수급 인사들도 코로나19에 걸리니 말이다. 물론 국가 의료 시스템이나 지도자의 리더십 혹은 개인의 빈부 차이가 감염과 치료를 불공평하게 만들긴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자체는 상대를 차별하지 않는다.

한국의 경우 다른 나라에 비하면 방역도 우수한 편인데다 중요한 감염 테스트와 치료를 받는 것에서 공평하다. 그런데 한국의 공연장은 코로나 바이러스 앞에서 불공평하다. 국공립 공연장과 민간 공연장이 다른 기준으로 운영되고 있어서다.

코로나 사태가 터진 후 국공립 공연장은 지난 1월 말부터 공연을 연기 또는 취소하기 시작했다. 특히 정부가 2월 23일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한 이후엔 잇따라 문을 닫았다. 하지만 민간 공연장은 방역을 철저히 하며 공연을 이어갔다. 지금까지 이들 공연장을 매개로 감염이 발생한 적이 없다. 전 세계 공연계가 벤치마킹하고 있는 ‘K방역’은 바로 이들 민간 공연장을 가리킨다.

이에 비해 국공립 공연장은 코로나 사태 이후 줄곧 문 여닫기를 반복하고 있다. 지난 5월 6일 생활방역체계로 들어가면서 한때 문을 열었지만 수도권 방역조치 강화 이후 또다시 문을 닫은 상태다. 그런데 이들 국공립 공연장은 잠시 문을 열었을 때도 질병관리본부의 지침에 따라 ‘지그재그 좌석제’를 적용했다. 이 때문에 국공립 공연장을 대관한 민간단체가 지침 준수 문제로 공연을 취소하는 사례가 나오는 등 논란이 불거졌다. 행정의 구속을 받는 국공립 공연장과 달리 민간 공연장은 권고사항인 질본 지침을 따르지 않기 때문에 공연계에서는 공평하지 않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국공립 공연장은 각기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세종문화회관은 지난달 16일 EMK뮤지컬컴퍼니와 공동 주최한 ‘모차르트!’를 무대에 올렸다. 철저한 방역을 토대로 ‘모차르트!’가 순항하자 문화체육관광부 등 여러 기관에서 세종문화회관에 문의를 하는 실정이다. 그동안 눈치를 보던 다른 국공립 공연장도 관객과 직접 만나는 대면 공연 재개를 시도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국립극장은 지난 3일 개막한 ‘2020 여우락 페스티벌’과 관련해 당초 대면 공연으로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가 개막 이틀 전 코로나 사태가 불투명하다며 비대면 온라인 공연으로 바꿨다. 예술의전당도 일관성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간 기획공연을 중단했던 예술의전당은 귀국 리사이틀 등 순수 대관공연, 대한민국발레축제 등 민간과 공동 주최하는 공연에는 문을 열었다. 또한 좌석 거리두기와 관련해선 자유소극장과 CJ토월극장의 기준이 달랐다. 자유소극장의 경우 ‘지그재그 좌석제’ 대신 두 개의 좌석을 붙인 뒤 한 개의 좌석을 뗐다.

게다가 예술의전당이 지난 6월 말부터 매주 토요일 야외 연못무대에서 펼치는 무료 ‘한여름밤의 숲속 음악회’는 실내 공연장보다 사람들을 더 밀착하게 만든다. 좌석을 놓는 무대 앞 공간이 매우 협소한 데다 사람들이 그 주변에 몰린 것이다. 야외이다 보니 마스크를 하지 않은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객관적으로 실내 공연장은 다중이용시설 중에서도 감염 위험도가 매우 낮다. 마스크를 착용한 관객들이 침묵한 채 무대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마스크를 벗고 음식물을 섭취하는 일반 식당이 실내 공연장보다 더 위험하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국공립과 민간을 구분하지 않는 만큼 공연장을 같은 기준으로 운영하도록 해야 한다. 공연예술이 고사하지 않도록 필요 이상으로 공연장을 닫아서는 안 된다.

장지영 문화스포츠레저부장 jyjang@kmib.co.kr

포토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