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 박지원 국정원장 카드, 장점도 많다

국민일보

[여의춘추] 박지원 국정원장 카드, 장점도 많다

손병호 논설위원

입력 2020-07-10 04:01

야당이 친북 성향·대북송금 등
이유로 임명 반대하고 있지만
정보수장으로 긍정적 면 많아
미국 내 인적 네트워크 넓고
일본 정계와도 돈독한 관계
北도 선대와 교류한 朴에 각별
빛과 그림자 있지만 어려운
현 외교지형 감안하면 적임자


결과적으로 물을 먹은 셈이 됐다. 청와대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지명을 발표하기 딱 사흘 전 몇몇 기자들과 그를 만났을 때 새로 꾸려질 외교안보라인에 대한 하마평이 있었다. 그런데 좌중에선 박 후보자가 안팎으로 어려울 때 역할을 맡으면 잘할 것이란 덕담이 많았다. 국가를 위해 그가 마지막 봉사를 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협치 차원에서 박 후보자를 발탁해야 한다는 말도 있었다. 박 후보자는 그 며칠 전 이미 통보를 받은 상태였는데, 전혀 내색하지 않아 아무도 눈치를 채지 못했다.

박 후보자 지명을 두고 찬반양론이 거세다. 특히 제1야당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북송금 사건 연루자가 국정원 수장이 돼선 안 된다거나, 친북 성향 인사라 북한에 끌려다니거나 미국이 싫어할 수 있다는 주장도 폈다. 심지어 중요한 정보가 북한으로 넘어가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리얼미터가 8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자 지명 찬성 의견은 51%, 반대는 40%였다. 부정적 여론도 꽤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후보자가 차기 국정원장으로서 최선이 아니라면, 차선의 선택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 이유로 우선 그는 친북 성향이기에 앞서 안보 강화론자이자 친미파다. 박 후보자는 평소 햇볕정책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튼튼한 안보와 한·미동맹을 중시했기 때문이라고 설파해 왔다. 안보가 굳건하고 미국과도 찰떡같이 공조해야 북한도 대화에 응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래서 여권에선 그를 지명한 게 북한뿐 아니라 미국도 염두에 둔 포석이란 시각도 있다. 박 후보자는 또 미국 내 네트워크가 탄탄하다. 뉴욕한인회장을 지낸 이력과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서 미국 정치인들과 꾸준히 교류해 왔다. DJ를 존경해 DJ와 맞바꾼 넥타이를 종종 매고 다니는 조 바이든 미 민주당 대선후보와도 교분이 있다. 지금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조언을 하고 있는 앤드루 김 전(前) 미 중앙정보국(CIA) 코리아임무센터장을 비롯해 CIA 인사들과도 친하다. 박 후보자가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것도 미측에 우리 입장을 전달하기 유리한 부분이다.

요즘 국정원장은 일본하고도 관계가 좋아야 한다. 한·미·일 정보수장 회의가 자주 열리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한·일 갈등 해소차 서훈 전 원장이 대통령 특사로 여러 번 파견됐듯 대일 특사 역할도 맡아야 한다. 박 후보자는 일본 주류 정치권과도 돈독해 그런 측면에서도 적임자라 할 수 있다. 특히 아베 신조 총리에게 영향력이 큰 자민당의 2인자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과는 20년 넘게 의형제처럼 지내왔다. 니카이는 박 후보자가 대북송금 사건으로 구속됐을 때도 측근을 여러 차례 구치소로 보내 위로를 건네줬다. 2018년 박 후보자의 부인상 때는 자기 아들을 서울에 보내 조문했다. 지난해 2월 니카이가 부인상을 당하자 박 후보자가 직접 일본으로 가 위로했다. 박 후보자는 니카이 말고도 일본 정계에 인맥이 두터워 한·일 갈등 해결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박 후보자가 북한과 가까운 건 경계할 게 아니라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 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여러 차례 회담했다. 김정일이 ‘박 선생이 선거에 나가면 내가 남한에 가서 선거를 돕겠다’고 농담했을 정도로 각별히 챙겼다. 북한에서는 ‘선대’(김정일)가 인정한 사람을 특별히 중시하기에 박 후보자가 대북 협상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낼 것으로 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평양 남북 정상회담 때 박 후보자와 반갑게 대화를 나눈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차기 원장의 또 다른 임무는 국정원 개혁을 완수하는 것과 정보수집 능력을 높이는 일이다. 박 후보자는 십수년 전부터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을 앞장서서 비판해온 인사다. 또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오래 활동하면서 빈약한 대북정보수집 능력을 질타해 왔다. 그런 만큼 국정원 개혁이나 정보수집 능력을 배가시킬 의지가 강하다는 의미다.

이처럼 박 후보자를 둘러싼 빛이 있는가 하면 대북송금 사건과 같은 그림자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외교안보 지형에 먹구름이 잔뜩 낀 지금은 그가 빛을 더 발하도록 기회를 줘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 그게 국익에 더 도움 되리라 본다. 그의 정치적 궤적을 돌이켜보면 ‘실적’은 확실히 좋은 국정원장이 될 것이다.

손병호 논설위원 bhs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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