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세금폭탄론

국민일보

[한마당] 세금폭탄론

라동철 논설위원

입력 2020-07-13 04:05

정부가 ‘7·10 부동산 대책’을 내놓자 일각에서 ‘세금폭탄’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 세제를 강화하는 조치를 발표할 때면 나오던 목소리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쏟아진 것이다. 이번 대책은 3주택 이상이거나 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세율을 현행 0.6~3.2%에서 1.2~6.0%로 올리고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도 1~4%에서 8~12%로 높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택을 구입하고 1년 안에 되팔 경우 적용하는 양도소득세율을 최고 70%까지 올리는 내용도 포함됐다. 고가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를 높이고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기성 거래에 대해 세 부담을 늘리는 게 핵심이다.

투기세력을 겨냥한 부동산 대책이 숱하게 나오는데도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치솟는 건 부동산이야말로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이란 인식이 퍼져 있기 때문이다. 저금리로 돈은 흘러넘치는데 마땅한 투자처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집값은 계속 오른다’는 부동산 불패 신화가 힘을 얻고 있는 게 근본적인 이유다. 집값을 안정시키려면 그 신화를 깨야 한다.

부동산 시세차익은 대표적인 불로소득인 만큼 과세를 강화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땀 흘린 대가인 근로소득에 비해 부동산 관련 세금이 관대하다. 국회의장 직속 싱크탱크인 국회미래연구원에 따르면 1995~2016년 소득세 실효세율은 3.5%에서 4.6%로 31% 올랐지만 같은 기간 부동산 자산과세 실효세율은 0.426%에서 0.377%로 오히려 12% 줄었다. 보유세 실효세율은 2018년 기준 0.16%로 비교 가능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2개 국가 평균(0.37%)에 비해 턱없이 낮다. 보유세와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것은 비정상적인 세제를 정상으로 돌려놓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의 핵심인 종부세 강화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다주택 투기세력에게 잘못된 신호를 준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세금 폭탄론에 휘둘려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라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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