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미국식, 중국식, 홍콩식 인터넷

국민일보

[경제시평] 미국식, 중국식, 홍콩식 인터넷

고학수 (서울대 교수·한국인공지능법학회 회장)

입력 2020-07-14 04:05

대부분의 기업은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는 것을 피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정치적 함의를 가진 판단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최근 홍콩에서 국가보안법이 시행되면서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은 어려운 선택에 놓였다.

보안법 시행과 함께 인터넷 기업들이 이용자에 관한 정보를 중국 정보기관에 제공할 것인지를 둘러싸고 불안감이 생겨나면서 이들 기업은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할 처지가 됐다. 결국 페이스북,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몇몇 주요 기업들은 새로운 법에 대해 좀더 상세하게 검토해보겠다며 적어도 그동안에는 이용자 정보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유보적 태도를 공식화했다. 주요 기업 중 애플은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반면 짧은 동영상 이용을 위한 매체인 틱톡은 아예 홍콩 시장에서 철수하겠다는 강한 입장을 밝혔다. 보안법을 둘러싼 인터넷 기업들의 초기 반응은 흥미로운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인터넷 공간 그리고 향후 빅데이터 인공지능 시대에 국제 질서는 어떻게 구성되고 재편될 것인지에 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러한 면에서 틱톡을 둘러싼 여러 반응은 매우 흥미롭다. 틱톡은 바이트댄스라는 중국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다. 틱톡은 미국에서도 이용자가 적지 않은데, 개인정보 처리에 대한 신뢰 부족을 이유로 미국 시장에서 틱톡 이용이 금지될 수도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중이다. 또한 최근 중국과 인도의 국경 충돌 이후 인도는 틱톡을 아예 금지해 버렸다. 틱톡은 미국과 인도를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의 신뢰도 구축이 절실하게 됐다. 홍콩 보안법 시행을 계기로 홍콩 시장에서 철수하겠다는 선언은 신뢰 구축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다른 한편 바이트댄스는 중국 국내용으로 도우인이라는 별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틱톡 이름으로 겉모습만 달리해 해외 시장에서 제공하는 것 자체가 가식적이라는 회의적 시각도 있다.

미국에 기반을 둔 인터넷 기업들은 어떠한가. 사실 페이스북이나 구글은 중국 본토에서는 서비스가 거의 제공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홍콩 시장에서의 타격은 감내할 수 있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나 애플은 이와 다르게 중국 시장이 중요하다. 특히 애플의 경우에는 판매시장으로서 중국이 중요하기도 할 뿐더러 제품 생산과 조달을 위해 중국이 더욱 중요하다. 애플이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데에는 그런 복잡한 요소가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시야를 더 넓혀보자. 인터넷과 데이터를 바라보는 시각에 있어 유럽은 미국과는 매우 다른 태도를 가진 것으로 인식되고, 특히 유럽의 개인정보에 대한 규율은 미국의 규율과 대조적인 것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그 정점에 2년 전 시행되기 시작한 유럽연합 개인정보보호법(GDPR)이 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에서 입법된 개인정보보호법 등 미국에서의 최근 논의를 보면 기존의 미국적인 흐름보다는 오히려 유럽 논의에 더 가까운 면이 엿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인터넷은 글로벌한 것이기도 하지만 매우 지역적이고 국지적이기도 하다. 미국식 인터넷, 유럽식 인터넷, 중국식 인터넷, 이렇게 명료하게 나누어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이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외부 정세 변화 및 다양한 이해관계에 따라 새로운 판단이 요구되는 경우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업들은 글로벌 생태계 및 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민첩한 판단을 요구받고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도 ‘한국식 인터넷’이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에 대해 유연하고 열린 자세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고학수 (서울대 교수·한국인공지능법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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