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관심사는 좀비를 마주한 인간 군상의 변화”

국민일보

“내 관심사는 좀비를 마주한 인간 군상의 변화”

내일 개봉‘반도’의 연상호 감독

입력 2020-07-14 04:06
15일 1000만 영화 ‘부산행’의 후속작 ‘반도’를 선보이는 연상호 감독. 총제작비 190억원을 들인 블록버스터 좀비물 ‘반도’는 최근 코로나19로 고사 위기에 처한 극장가에 숨통을 틔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NEW 제공

2016년 부산행 열차를 덮친 의문의 좀비 바이러스. 곳곳에서 창궐한 좀비들을 피해 가까스로 해외로 탈출했던 정석(강동원)은 다시 반도에 뛰어든다. 거액이 든 트럭을 가로채기 위해서다. 하지만 반도는 이미 좀비 떼가 득실거리는 생지옥. 4년 전보다 더 빠르고 기괴해진 좀비와 631부대원들이 정석 일행을 습격한다. 정석은 더 거대해진 재앙에 맞서 반도를 탈출할 수 있을까.

연상호 감독의 영화 ‘반도’가 15일 개봉한다. 총제작비 190억원 규모 블록버스터에 칸 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 선정, K좀비 시대를 연 1000만 영화 ‘부산행’의 후속작이라는 타이틀까지. 여름 성수기 첫 대작인 ‘반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침체한 극장가를 되살릴 구원투수로 꼽힌다.

13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연 감독은 “‘부산행’과 마찬가지로 큰 스크린을 통해 박진감을 전달하는 ‘체험적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며 “영화를 잘 안 보시는 내 어머니도 재밌게 보실만한 작품을 추구했다. 오락적 요소와 드라마를 함께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반도’가 그린 포스트 아포칼립스(종말 이후)에 대한 모티브는 ‘부산행’ 촬영 장소를 찾아다니던 중 만난 폐기차역들에서 비롯됐다. 황량한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역과 오목교 부근의 생경한 모습이 그의 눈을 사로잡았다. 영화 ‘매드맥스’를 떠오르게 하는 20분가량의 자동차 추격전도 백미다. ‘부산행’ 열차 액션을 뛰어넘을 이 추격전은 100% CG 작업으로 구현됐다.

영화의 한 장면. NEW 제공

극을 근저에서 튼튼히 받치는 건 강동원 이정현 등 주·조연 배우들이다. 연 감독은 “강동원은 카메라에 비치는 자기 모습을 정확히 알고 있는 배우다. 특히 표정 컨트롤이 뛰어나다”며 “이정현도 촬영에 들어가면 완전히 딴사람이 되더라”며 치켜세웠다.

칸 영화제 초청에서도 알 수 있듯 ‘반도’를 그저 킬링타임용 영화라고 치부하기 어렵다. ‘부산행’에서 좀비로 인간의 이기심을 은유했던 연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631부대원들을 통해 인간성을 고찰한다. 이들은 좀비와 생존자를 닥치는 대로 사냥하는 악랄한 조직이다. 연 감독은 “내 관심사는 좀비를 마주한 인간 군상의 변화”라며 “631부대는 자극과 쾌락만을 좇는 ‘변종 좀비’들이라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마동석, 공유 등 남성 액션 중심의 ‘부산행’과 달리 여성 액션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도 ‘반도’의 특징 중 하나다.

연 감독은 멀티 플랫폼 시대를 자유로이 활보하는 이야기꾼이다.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2011) ‘사이비’(2013) 등을 선보인 애니메이터 출신 연 감독은 초자연적 현상을 다룬 웹툰 ‘지옥’을 만화가 최규석과 손잡고 연재 중이다. 지난 2월 드라마 작가 데뷔작 tvN ‘방법’으로 호평받은 그는 영화와 드라마로 포맷을 바꿔가며 시즌1 뒷얘기를 풀어내는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그렇다면 ‘서울역’ ‘부산행’의 세계관을 잇는 ‘반도’의 뒷이야기도 존재할까. ‘열차’와 ‘반도’에 이어 다음은 ‘세계’로 배경을 확장할 것이냐는 물음에 연 감독은 “오히려 반도를 다시 다루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종말 이후에 반도에서 얼마나 많은 일이 일어나겠어요. 국회의사당을 누군가 점령하고 있을 수도 있고, 기이한 광신도들이 생겨났을 수도 있죠. 반도만 해도 무궁무진한 세계관입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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