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 않고 처분 뒤 입싹… 세종시 고위공직자들 ‘튀튀’

국민일보

실거주 않고 처분 뒤 입싹… 세종시 고위공직자들 ‘튀튀’

청와대 비서관·국토부 2차관 등 다주택자 문제 의식 잇달아 처분

입력 2020-07-14 00:16

윤성원 청와대 국토교통비서관이 고위 공직자 다주택자 논란을 의식해 세종시 집을 처분하자 관가 안팎에선 고위 공직자들의 세종시 ‘튀튀’(도망가는 행위) 문제가 논란이다. 공무원 신분으로 세종시에 특별공급을 받았음에도 실제로는 한 번도 거주하지 않고 매각하는 일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정부는 올해 특별공급 당첨자에게 거주의무기간을 부여하겠다고 했는데 정작 고위 공직자들이 특별공급의 취지를 전혀 지키고 있지 않은 것은 문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13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윤 비서관은 전날인 12일 “현재 서울에 근무하고 있어 세종시 아파트를 매도하기로 하고 이미 이달 초 계약을 맺었다. 이달 중 소유권 이전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 비서관은 국토교통부 재직 당시 공무원 특별공급제도에 따라 세종시 아파트를 분양받은 바 있다.

윤 비서관은 지난 3월까지만 해도 세종시 보유 아파트에 일정 기간 실거주하겠다고 누누이 밝혔었다. 그는 “세종 아파트는 공무원 특별공급제도의 취지를 감안해 전입하고 실거주한 뒤 매도할 계획”이라고 스스로 강조했다. 하지만 불과 4개월 만에 자신이 뱉었던 말을 번복하고 특별공급으로 얻은 세종시 아파트를 실거주하지 않고 처분했다.

이외에도 다주택 고위 공직자들이 특별공급받은 세종시 집을 매도해 1주택자가 되는 일이 반복해 나타나고 있다.

손명수 국토부 2차관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서울 송파구 오금동 아파트(84.9㎡)와 세종시 반곡동 아파트(84.4㎡) 분양권을 보유한 2주택자였다. 하지만 차관 검증 과정에서 다주택자 논란을 피하기 위해 올해 2월 세종시 아파트가 준공된 직후 매도해 1주택자가 됐다.

고위 공직자들의 행보와 달리 정부는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특별공급에 의무거주기간을 부여하겠다고 강조한다. 국토부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특별공급에 한해 분양가상한제 대상뿐 아니라 일반 단지에도 3~5년의 의무거주기간을 도입하겠다고 밝혔었다. 공무원·신혼부부 등 특별공급 당첨자가 다른 지원자에 비해 유리한 조건으로 분양받기에 실거주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국토부에 따르면 분양가상한제 주택에 의무거주기간을 도입하는 법안이 지난달 발의돼 국회로 넘어갔다. 국토부는 추후 제도 시행 결과에 따라 일반 단지로도 단계적으로 특별공급 의무거주기간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특별공급 의무거주기간이 도입되더라도 기존 고위 공직자에게까지 소급적용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제도가 시행되면 고위 공직자가 의무거주 없이 집을 파는 행위를 공개적으로 하기 부담스러워진다. 이 때문에 관가 안팎에서는 의무거주기간 도입 전에 부랴부랴 세종시 집을 파는 고위 공직자가 늘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한 정부 관계자는 “고위 공직자들이 특별공급 취지를 살리려고 노력해야만 국민 불신을 잠재울 수 있고 정책 신뢰도도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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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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