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 사회를 변화시키는 교회

국민일보

[바이블시론] 사회를 변화시키는 교회

이대성 연세대 교목실장

입력 2020-07-17 04:04

오늘의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맬컴 글래드웰의 ‘티핑 포인트’(2000)라는 책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이 책에서 저자는 감염병 확산과 사회적 유행의 전파가 비슷한 방식으로 이뤄진다고 주장해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었다. 그는 미국 독립전쟁의 포문을 연 1775년 렉싱턴 콩코드 전투에서 민병대가 수적 열세에도 영국군을 격파할 수 있었던 데는 폴 리비어의 역할이 핵심적이었다고 분석했다. 리비어는 전투 하루 전 영국군 동태가 심상치 않다는 어떤 소년의 말을 흘려듣지 않고 중요한 정보라고 판단해 말을 타고 2시간 동안 18마일의 지역을 돌면서 이 소식을 알리는 전령 역할을 했다. 이 정보는 밤새 감염병처럼 퍼져 다음 날 아침 영국군이 전투를 개시할 즈음에는 그 지역 민병대들이 모두 무장하고 만반의 준비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경우는 신속하게 전파된 것이 전투에 긴요한 첩보였지만 그것이 전염병이든, 새로운 유행이든, 어떤 혁명적 사상이든 비슷한 방식으로 확산된다고 그는 말한다. 글래드웰은 이 같은 성공적 전파는 항상 이뤄지는 것은 아니고 몇몇 조건이 만족될 때 일어난다고 하는데 그중 제일 먼저 언급한 것이 커넥터 역할을 하는 사람이나 집단의 존재다. 커넥터는 깊은 관계는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과 연결을 맺고 있는 사람을 말하며, 이를 기반으로 폭넓은 사회연결망이 형성된다. 일단 사회연결망이 있으면 어떤 새로운 정보나 유행, 사상이 등장하더라도 신속하게 그 내용이 사회 구석구석 확산된다는 것이다.

글래드웰의 분석을 오늘의 상황에 적용해 볼 때 우리는 교회가 한국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커넥터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코로나 사태를 통해 한국 사회에서 정기적으로 대형 집회나 크고 작은 모임을 통해 탄탄한 사회적 연결망을 유지해 온 대표적 조직이 교회라는 것을 알게 됐다. 교회를 통한 감염자가 발생한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교인들이 무책임하거나 부주의해서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가장 활발하게 만남과 모임을 하면서 사회적 관계를 유지해온 조직이 교회여서일 것이다. 이런 사회연결망은 교인 및 지역사회 구성원들에게 오랫동안 심리적·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해왔다고 볼 수 있다. 교회에서 감염자가 일부 나오지만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예배를 드리는 전체 교인 수를 고려하면 이는 극소수에 해당한다. 방역 당국은 사회적 거리를 두며 본연의 활동을 지속하려는 교회를 비난할 것이 아니라 코로나 시대를 사는 모범 사례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맞는다.

사실 한국 교회는 일찍부터 새로운 사상과 신념을 전파하는 효과적인 커넥터 역할을 해 왔었다. 1919년 삼일운동에 한국 교회가 어떻게 참여했는지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당시 기독교인은 약 21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4%에 불과했다. 그렇지만 삼일운동 참여자 중 30% 이상이 기독교인이었다. 특별히 교회는 독립선언서를 지방 구석구석에 전달하며 전국적 연결망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삼일운동 성공에는 커넥터로서의 교회 역할이 필수적 조건이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코로나 사태가 일어나기 전까지 우리는 이렇게 교회가 전국적으로 모든 국민의 삶 구석구석과 관계를 맺고 있는지 깨닫지 못했었다. 방역 당국이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교회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은 뒤집어 생각하면 교회가 한국 사회에 대해 갖고 있는 영향력이 대단하다는 것이다. 물론 그 영향력은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라고 말씀하셨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교회는 세상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제 중요한 것은 교회가 소금의 맛을 잃지 않는 것이다.

이대성 연세대 교목실장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