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종석 칼럼]검찰도 검찰을 못 믿는 이유

국민일보

[오종석 칼럼]검찰도 검찰을 못 믿는 이유

입력 2020-07-22 04:01

‘검·언 유착’ 의혹 수사 관련 한동훈 검사장·윤석열 총장·서울중앙지검 간 상호불신
수사를 어떻게, 어떤 식으로 무리하게 옭아매서 진행할 수 있는지 너무 잘 알기 때문

‘검·언 유착’ 의혹 사건에 연루된 한동훈 검사장이 최근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했다. 수사심의위는 검찰이 수사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로 통상 일반인이 제기한다. 검찰 고위간부가 소집을 요청한 것은 처음이다. 현직 검사장인 그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수사를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검·언 유착’ 의혹 사건 수사는 검찰 내부에서조차 상호불신이 얼마나 심각한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먼저 윤석열 검찰총장은 서울중앙지검 수사를 믿을 수 없다며 전문수사자문단(자문단)을 소집했다. 사건에 연루된 최측근(한 검사장)을 보호하려는 의도로 비쳤다. 그러자 서울중앙지검은 자문단 관련 절차 중단과 특임검사에 준하는 직무 독립성을 수사팀에 부여해 달라고 건의했다. 검찰 최고사령관인 윤 총장을 신뢰하지 못하겠다고 들이받은 것이다. 급기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내며, 지휘에서 손을 떼고 독립적 수사를 보장하라고 수사지휘권을 전격 발동했다.

진통 끝에 윤 총장이 수사지휘권을 받아들이면서 상호불신 블랙코미디는 일단락됐지만 국민은 의아할 따름이다. 처음부터 수사는 수사팀에 맡기면 될 일이었다. ‘검찰 중의 검찰’이라는 서울중앙지검이 수사하는데도 믿을 수 없다면 대한민국 국민은 어느 검찰을 믿을 수 있단 말인가. 더구나 유력 언론과 검찰 고위층이 관련됐고, 여야 정치권이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며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어 수사팀이 허투루 수사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검찰 내부에서조차 서로 불신하는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까. 윤 총장이나 한 검사장 등 대표적인 특수통 검사들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사회적 이목을 끄는 큰 수사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그리고 일단 수사가 시작되면 어떤 식으로든 범죄에 엮여 빠져나가기 힘들고 결국 기소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하물며 윤 총장도 친인척 관련 먼지털기식 특수수사에 걸려들면 조국 전 법무부 장관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세간의 얘기가 그냥 나오는 것은 아니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최근 특수통 검사들의 통상적인 수사기법을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첫째, 사회적 이목을 끄는 사건을 인지하면 언론에 흘려 여론을 끌고 간다. 둘째, 상황이 무르익으면 전쟁을 하듯 전광석화처럼 사건의 중심을 뚫고 들어가 항복을 받아낸다. 이 과정에서 압수수색이나 체포영장을 동원하고 온갖 별건 수사를 하는 등 수사기법을 총동원한다. 셋째, 사건을 기소할 때까지 최대한 모양새 나게 포장한다.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도 지난해 퇴임 후 언론인터뷰에서 이런 얘기를 했다. “특수수사는 혐의가 있다고 보고 수사했는데 해보니까 혐의가 없다면 수사 착수가 잘못됐다는 말이니까, (일단) 기소하는 방향으로 무리하게 한다. 먼지털기 수사로 가게 되는 것이 작동 원리다. 별건 수사를 하고 대여섯 가지 크고 작은 잘못이 나오면 대대적으로 (언론에) 발표한다.”

검찰이 기소 여부를 곧 결정한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관련한 최근 수사심의위 결과에 많은 국민은 깜짝 놀랐다. 출석 위원 14명 중 위원장 직무대행을 제외한 13명이 비밀투표를 한 결과, 무려 10명이 ‘수사 중단 및 불기소 의견’을 냈고 1명은 기권했으며 2명만 검찰 의견에 동의했다. 그동안 검찰이 밝힌 수사 과정이나 결과 발표에 따르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결과다. 더욱이 이 사건 수사는 1년8개월이라는 장기간에 걸쳐 50여 차례 압수수색, 110여 명에 대한 430여 회 소환 조사 등 유례가 없을 정도로 강도 높게 진행됐다. 대체 얼마나 수사를 엉터리로 했으면, 얼마나 무리했으면 이런 결과가 나왔올까. 기소 여부와 관계없이 검찰 수사는 이미 사망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검찰은 그동안 엄청난 사건인 양 공표한 뒤 사회적 이목을 끌기 위해 무리한 부분까지 옭아매 수사한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데 최종적으로는 대법원에서 무죄로 판명된 사건이 허다하다. 수사 착수 당시엔 천하에 악질 죄인이라고 온 세상에 떠벌렸다가 결국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결론이 나도 검찰은 결코 책임지지 않는다. 해당 사건 수사 검사 등 관련자에 대한 문책이 있었다는 얘기는 거의 들은 바 없다. 이러니 검찰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검찰 개혁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국민이 진정 믿고 의지하는, 검찰 내에서도 서로 신뢰하는 대한민국 검찰을 보고 싶다.

오종석 논설위원 js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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