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400명 증원… 교육 ‘입시 피라미드’ 요동

국민일보

의대 정원 400명 증원… 교육 ‘입시 피라미드’ 요동

서울 SKY 등 이공계 학생들 동요

입력 2020-08-01 04:03

현재 고교 2학년생이 치르는 2022학년도 대학입시부터 전국 의대 모집인원이 400명 늘어난다. 의대 5개가 신설되는 수준으로 적지 않은 수다. 이과 최상위권인 의대의 모집인원 증가는 대입 현장에 연쇄반응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입시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번 의대 증원 규모는 전반적인 대입 환경에 영향을 끼칠 정도의 수준이다. 현재 의대 모집인원은 2977명이다(의학전문대학원 80명 제외). 전국 38개 의대 평균 모집인원이 78명이므로 400명을 증원한다면 의대 5개가 새로 생기는 것과 같다. 대형 의대를 기준으로 하면 4개, 소형 의대라면 10개와 맞먹는 규모다(을지대 39명으로 최저).

정부 발표를 살펴보면 의대 모집인원 400명 증원은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 이번에 늘어나는 400명은 기존 의대에 정원을 나눠주는 것이다. 신설의대 계획은 구체적으로 발표되지 않았다(서남대 정원으로 만드는 공공의대는 논외). 다만 앞으로 의대가 없는 지역에 의대 신설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나중에 전남처럼 의대 없는 지역에 의대를 새로 만들 경우 의대 모집 정원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이미 전남 목포 등 여러 지역에서 의대 유치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대입의 꼭짓점에 위치한 의대 입시가 변하면 연쇄 반응은 불가피해진다. 우선 서울 중·상위권 대학의 이공계 학생들이 동요할 것으로 보인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같은 이른바 스카이 대학은 물론이고 상위권으로 분류되는 대학의 이공계 학생들은 상당히 고민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가뜩이나 고학력 청년 실업이 문제인 상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자 취업 시장이 얼어붙어 버렸다. 의사나 약사 같은 전문직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의대 정원 증가는 ‘반수’(대학 다니며 대입 재도전)에도 영향을 끼치지만 N수생 증가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현재 고3은 코로나19 때문에 공교육이 파행되면서 큰 혼란을 겪었다. 이들은 대입에서 불리한 조건이란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어차피 고3은 망쳤고 재수할 것”이라고 말하는 고3 학생들이 속출하는 상황이다. 이들이 올해 대입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얻을 경우 재수를 택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대학 1학년생들도 코로나19로 원격 수업을 받으면서 대학에 대한 소속감이 낮은 상태다.

의대만 있는 게 아니다. 2022학년도부터 6년제 약대 학부 선발이 시작된다. 종로학원 집계에 따르면 정원 내에서 1583명 선발이 예고된 상태다. 의대 정원이 400명 추가된 것까지 포함하면 의학계열의 총 선발규모는 기존 4828명에서 6811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지난해 수능 응시생 가운데 수학 가형(이과생 응시용)이 15만3869명이므로 4.42%가 의학계열 선발 인원이다. 일각에선 의학계열 선발이 늘어나면서 다른 이공계 분야가 타격을 받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대입의 변화는 초·중등 교육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우선 이과 선호 현상이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의학계열의 모집인원이 증가하면 합격선은 낮아질 수 있다. 진입 장벽이 낮아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성적이 우수한 중·고교생들이 문과보다는 이과에 진학하려는 경향은 더욱 강화되는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 물론 예단하긴 어렵다. 재수생이나 반수생 유입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경우 커트라인이 유지되거나 오히려 높아지는 상황도 배제하기 어렵다.

수능의 영향력은 더 강화될 전망이다. 의학계열은 수시와 정시에서 수능을 요구하는 전형이 전체 모집인원의 80%가 넘는다. 2021학년도 수시 수능최저학력기준과 수능위주 정시 전형 등 수능성적을 반영해 뽑는 인원은 38개 대학 총 모집인원의 86.8%(2583명)에 달한다. 전국 의대 전형을 보면 48.9%(1455명)는 수시에서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정시 선발 비중은 37.9%(1128명)로 정시 선발 비중이 높다.

의대 입시는 수능이 매우 중요하다. 우수 학생들이 몰리므로 문항 한두 개로 당락이 갈릴 수 있다. 게다가 정부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 부정 의혹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재수생에게 유리한 정시 비율을 높여 놨다. 서울의 상위권 대학들의 경우 모집인원의 40% 이상 뽑도록 했다.

대입의 변화는 고교 입시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의대 정원이 늘어나고 약대들이 학부 신입생을 뽑기 시작하면서 이과 선호도가 높아진다. 수능의 비중도 커졌다. 이는 고교 선택에 영향을 끼친다. 입시 전문가들은 상위권 일반고나 명문 특목·자사고 등에 대한 선호 현상이 동시에 나타날 것으로 내다본다. 외고와 자사고가 정부 정책에 따라 일반고 전환 수순을 밟을 예정이지만 이들 학교들의 대입 노하우까지 한 순간에 사라지는 것은 아니므로 한동안 지역 명문고로 입지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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