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톡!] 코로나로 숨진 성도들 품다… ‘앙헬’ 목사의 헌신

국민일보

[미션 톡!] 코로나로 숨진 성도들 품다… ‘앙헬’ 목사의 헌신

에콰도르에서 온 눈물의 편지

입력 2020-07-3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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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호복을 입은 작업자가 지난 21일(현지시간) 에콰도르 키토의 한 묘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추정 사망자들을 위한 무덤을 파고 있다. AFP연합뉴스

에콰도르에서 날아온 편지는 울고 있었습니다. 안타까움이 서린 한인 선교사의 눈물이었습니다. 지구 반대편 그곳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깊은 시름에 빠져 있습니다. 급증한 확진자와 사망자로 인해 의료와 장례 시스템이 붕괴해 극심한 혼란이 빚어졌습니다. 제대로 손을 쓸 틈도 없이 늘어난 시신이 거리에 방치되고 코로나19로 사망한 시신을 집 안에 보관하다 가족들이 감염돼 연이어 사망하는 참극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메일 속 선교사는 “지난 10년 동안 강진으로 도시의 70%가 무너지는 모습을 봤고, 화산 폭발 경보에 대피하기도 하고, 대낮에 강도를 만나는 등 평생 경험해보지 못한 일을 많이 겪었지만, 올해만큼 몸과 마음이 어렵게 느껴지긴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여전히 하루 1000명 넘는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현실, 코로나19가 앗아간 노숙인 사역 현장과 인디헤나(원주민) 성도와의 교제는 선교사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습니다.

최근엔 또 한 번 눈물을 지어야 했습니다. 수도 키토 인근 원주민 마을에서 함께 인디헤나교회를 이끌어 오던 앙헬(Angel) 목사와 그의 사모가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동역자의 확진 소식을 들은 선교사는 열일 제쳐두고 마을로 향했습니다.

“성도 3명이 코로나19로 돌아가셨더군요. 감염에 대한 공포로 마을사람 모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을 때 목사님과 사모님이 나선 겁니다. 한 분씩 찾아가 정성을 다해 장례예배를 치르고 가족들을 위로했는데 그 과정에서 그만…. 일주일 전 뵀을 땐 넘치는 열정으로 성도들 향해 미소를 짓던 분이 이젠 고통 속에 야위고 지친 모습이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게 기도밖에 없기에 목사님 사택 창밖에서 두 손을 모았습니다.”

로마인 500만명이 천연두로 목숨을 잃고 거리에 시체 썩은 냄새가 진동하던 서기 165년, 알렉산드리아 지역에 퍼진 역병으로 인구 3분의 2가 죽음을 맞았던 서기 251년을 기억합니다. 동시에 전염과 죽음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공포 속에서 보여준 그리스도인들의 헌신을 기억합니다.

당시 한밤중에 로마 시내로 나와 시신을 치우고 사라졌던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의 정체는 종교적 핍박으로 카타콤베(지하 묘지)에 숨어 신앙을 이어가던 그리스도인들이었습니다. 알렉산드리아 거리에 쓰러져 죽어가던 이들을 돌보다 역병에 전염돼 목숨을 잃은 이들 또한 그리스도인이었습니다. 이때 그리스도인에게 붙여진 또 다른 이름이 ‘위험을 무릅쓰고 옆에 있는 자’입니다.

‘천사’를 뜻하는 이름의 앙헬 목사는 위험을 무릅쓴 채 고난당한 이들의 곁에 있습니다. 그와 동역하던 선교사는 기도를 요청하며 전했습니다. “죽음이 턱밑까지 다가와 있음을 느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끊임없이 전해지는 기도의 힘으로 두려움에 휩싸인 자들에게 나아갑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