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날 다시 세상으로 불러낸 작품”

국민일보

“모차르트!, 날 다시 세상으로 불러낸 작품”

데뷔 10주년 맞은 뮤지컬 배우 김준수

입력 2020-08-01 04:07
뮤지컬 ‘모차르트!’에서 볼프강 모차르트를 연기하는 가수 겸 배우 김준수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준수는 10년 전 이 작품으로 뮤지컬에 데뷔해 올해 나란히 10주년을 맞았다. 로네뜨·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김준수는 10년 전 “프레스토 비바체!”를 외치며 무대에 첫발을 내디뎠던 그 순간을 또렷이 기억한다. 그날은 창작뮤지컬 ‘모차르트!’가 탄생한 날이면서 자신의 뮤지컬 데뷔 날이었다. 그는 볼프강 모차르트의 성장과 고뇌를 150분 안에 녹이려 무대를 종횡무진 했다.

1막서 콘스탄체 베버와 사랑에 빠질 땐 티 없이 맑았고, 2막서 레퀴엠을 작곡할 땐 무섭게 흑화했다. 세상에 억압돼 날개가 꺾여야 했던 볼프강은 당시 전 소속사와 분쟁을 겪던 김준수가 놓인 처지와 너무도 닮았다. 김준수는 지난 29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서 국민일보와 만나 “10년 전 대본을 받았을 때 나도 모르게 볼프강에 이입하고 있더라”며 “진짜 내 얘기를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도전하게 됐고, 올해 나란히 10주년을 맞았다”고 말했다.

‘모차르트!’와 뮤지컬 배우 김준수는 10살 동갑내기다. 김준수는 “조금 유연해졌다는 것 말고 10년 전과 달라진 건 없다”며 “초연 당시 감정을 이어가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때는 응어리를 해소하기 위해 노래했다면 지금은 오히려 위안을 받고 있다”며 “‘모차르트!’는 내가 다시 세상에 나갈 수 있게 해준 소중한 공연”이라고 설명했다.

‘모차르트!’는 천재 작곡가 볼프강 모차르트의 인간적인 성장통과 예술가의 고뇌를 그린 작품이다. 김준수가 연기하는 볼프강은 자신의 욕망으로 고뇌하면서도 비범한 재능을 실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김준수는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 멤버로 데뷔해 2010년 ‘모차르트!’ 초연 당시 볼프강 역으로 뮤지컬의 길을 걸었다. 뮤지컬 ‘드라큘라’, ‘데스노트’ 등에 출연했고 데뷔 3년 만인 2012년 10월 ‘엘리자벳’으로 한국뮤지컬대상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김준수는 “달라지지 않았다”고 했지만 10년 동안 많이 성장했다. 무엇보다 극 전체의 흐름을 읽을 수 있게 됐다. 그를 ‘모차르트!’로 이끈 건 자유를 얻으려면 용기를 갖고 성벽을 부숴야 한다는 의미가 담긴 넘버 ‘황금별’이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그의 마음에는 넘버 ‘빨간 재킷’이 스며있다. “순수하고 명랑했던 볼프강을 가장 잘 표현한 넘버라고 생각해요. 이 곡이 있어야 요절 직전 그의 비극적인 인생을 극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지난 시즌에는 이 넘버가 빠져서 이번에 캐스팅되고 꼭 넣었으면 좋겠다고 부탁했어요.”

지금의 김준수를 만든 건 간절함이다. 데뷔 초기 ‘뮤지컬 신동’으로 불리던 그는 단숨에 최정상 자리에 올랐다. 특히 ‘모차르트!’를 포함해 ‘엘리자벳’, ‘드라큘라’ 등 초연에 참여했던 공연은 여지없이 다시 캐스팅됐다. 전문 뮤지컬 배우라면 특별할 것 없지만 아이돌 출신이었던 그가 이 반열에 빠르게 합류한 건 그만큼 실력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김준수는 “막연한 동경의 무대였던 뮤지컬을 10년간 할 수 있을 거라는 상상은 못 했다”며 “뮤지컬 배우로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이 무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아주면 좋겠다는 간절함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10년 동안 꾸준히 성장할 수 있던 자신만의 강점을 묻자 손사래를 치며 “그저 열심히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10년 전만해도 아이돌 가수가 뮤지컬로 데뷔하는 경우가 흔하지 않아서 창법이나 연기스타일이 독특하게 받아들여졌던 것 같다”며 “대중적인 보컬과 뮤지컬적인 발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굉장히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모차르트!’와 김준수가 각별한 또 다른 이유는 이 조합 덕에 한국의 뮤지컬이 일본, 중국 등 세계에 진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10년 전 활동이 중단됐던 김준수는 공백기 1년 만에 이 작품으로 돌아왔다. 당시 공연장은 김준수를 보기 위해 모인 아시아 각국 관객으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뮤지컬 한류는 김준수, 그리고 ‘모차르트!’가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돌이켜보면 순간순간을 이 악물고 살아왔던 것 같아요. 10년 전에는 다시 활동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거든요. ‘모차르트!’가 절 세상으로 불러줬고 덕분에 과분한 사랑을 굉장히 오래 받고 있어요. 앞으로도 매 순간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주어진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는 배우와 가수로 오랫동안 옆에 있겠습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많이 본 기사

포토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