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광풍’… 개척의 좁은 문마저 닫혔다

국민일보

‘코로나 광풍’… 개척의 좁은 문마저 닫혔다

교계 전체가 사역 어려움 지속… 부교역자, 담임목사 청빙 끊기고 교회 개척 때 모교회 지원 사라져

입력 2020-07-3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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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교회 개척의 좁은 문마저 닫아 버렸다. 평일에도 주민의 발길이 이어지던 전북 김제의 한 예배당에 코로나19 이후 적막감이 돌고 있다. 국민일보DB

서울 강서구 A교회 B부목사는 올해 말 교회에서 사임할 예정이다. 40대 중반 넘어서면서 부교역자로 사역하기에 어려움이 많아져서다. 담임목사로 청빙받는 걸 포기한 지는 오래됐다. 남은 건 개척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도전하는 것조차 불가능해졌다. B목사는 “어렵게 개척하더라도 코로나19 상황에 누가 상가의 작은 교회까지 찾아오겠냐”면서 “지금 사역하는 교회도 예년에는 개척 후원을 해줬지만, 올해는 말도 못 꺼내는 형편”이라며 발을 동동 굴렀다.

올봄 목사안수를 받은 경기도 안산 C교회 D목사는 사역하는 교회에서 시간제로 일하고 있다. 부목사 청빙도 받지 못해 준(準)전임 신분이다. 원래 선교에 꿈이 있었지만, 코로나19로 해외 출국은 꿈도 못 꾼다. 선뜻 후원하겠다고 나서는 교회도 없다. 주변에선 카페 교회처럼 젊은 세대 눈높이에 맞는 교회를 개척하라는데 목회 경험이 없어 막막하기만 하다. 개척 자금 전액을 직접 마련해야 하는 것도 난관이다. 부모님께 손 벌릴 형편도 못 된다. D목사는 “사방이 막힌 방에 갇힌 것 같다”면서 “제대로 된 사역을 하지 못 할까 봐 답답하고 마음만 급하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가 교회 개척의 좁은 문마저 닫아 버렸다. 최근 교회 부목사나 담임목사로 청빙받는 기회가 줄어들자 교회 개척이 최선의 기회로 여겨졌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본격화된 올해는 개척한 교회가 거의 없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가 2017년 발표한 교세 통계에 따르면 2016년에만 108개 교회가 개척됐다. 기감은 2018년부터 교세 통계표를 발표하지 않아 이 자료가 최신이다. 연간 개척교회 수도 2013년 176개를 정점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 기감 선교국 국내선교부 최동성 목사는 29일 “개척하는 비율도 계속 줄고 실패하는 개척교회들이 많다 보니 총회도 기존 개척교회의 자립을 지원하는 데 정책의 방향을 맞추고 있다”면서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새로 개척한 교회가 거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보통 부목사가 교회를 개척하면 사역하던 교회는 여러 가지 지원을 해 왔다. 몇몇 교회는 수억 원의 개척 자금과 함께 10여 가정 이상의 교인도 파송한다. 개척 교회가 빠르게 정착해 자립하도록 모(母)교회가 최선의 지원을 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관행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사실상 중단되고 있는 형편이다. 모이는 예배를 드리기 어려워지면서 기존 교회의 생존이 우선 과제가 됐기 때문이다.

담임목사 청빙은커녕 개척까지 어려워지자 부목사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은퇴하자”는 말까지 나온다. 한 부교역자는 “부목사끼리 모이면 지금 은퇴하고 평신도로 돌아가자고 말하며 쓴웃음을 짓는다”면서 “희망이 보이지 않다 보니 이런 말까지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상황이 어렵지만 예배당을 공유하는 방식으로라도 개척하려는 몸부림은 이어지고 있다. 6개의 교회가 모여 예배당을 공유하던 경기도 김포의 코워십스테이션엔 최근 2개 교회가 더 늘었다. 처음 이 공간을 제안했던 김학범 김포명성교회 목사는 “공유 예배당을 만들고 싶다는 문의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면서 “개척이 어려울 때 이런 예배당 모델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