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부가 된 목회자… “섬기려고 노동합니다”

국민일보

청소부가 된 목회자… “섬기려고 노동합니다”

섬김 사역 실천하는 안호원 목사

입력 2020-07-30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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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원 목사가 지난 23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카페에서 50년간 섬김 사역을 통해 느낀 소회를 말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안호원(71) 목사는 최근 10년간 침대에서 잠을 청한 날을 손으로 꼽는다고 했다. 저녁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10시까지 건물 청소를 하면서 쪽잠을 자는 게 습관이 됐다. 낮에는 공부하고 사람들과 믿음의 교제를 하며 격려하는 일에 힘쓴다.

지난 23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안 목사는 “야간 건물 청소 일은 생계가 아니라 섬김 사역의 재정이 필요해 시작한 것”이라며 “현장에서 사람을 만나고 말씀을 전하신 예수님의 삶을 따르고 싶다”고 말했다.

안 목사는 2000년부터 개척교회 목회자들을 여러 방법으로 섬기고 있다. 분기별로 쌀과 일용품 등 필요한 물품들을 사서 전달한다. 짬 나는 시간을 이용해 장애인과 노숙인을 대상으로 급식 자원봉사를 한다. 독거노인이나 중증장애인 가정을 방문해 청소하고 냉장고 세탁기 등 비품을 교체하기도 한다.

안 목사는 50년간의 사회봉사 활동을 인정받아 2017년 도전한국인운동협회가 주최한 ‘도전한국인 명인 인증 6호’로 선정됐다.

1994년 한국기독교장로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은 안 목사는 협동목사 무임목사 등으로 섬기며 20여년 언론인으로 사회활동을 했다. 2001년 뉴스채널 YTN에서 의학전문기자로 퇴직했다. 2011년 5월 가정예배로 출발한 성지교회를 개척했고 정년 은퇴했다.

안호원 목사(왼쪽 세 번째)가 2016년 ‘참전유공자 어르신 초청 위로연’에 참여한 모습.

안 목사는 최근 20년 만에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를 졸업했으며 지금은 서울사회복지대학원대 평생교육원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고 있다. 학업을 놓지 않는 이유에 대해 안 목사는 “배움의 지경이 넓어져 많은 도움이 되고 새로운 분야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니 소통의 폭도 넓어진다”며 “복음을 전할 기회의 장도 생겨나 좋다”고 말했다. 이어 “모세가 하나님께 쓰임받기 위해 수십 년간 훈련받았듯, 저 역시 단 하루라도 주님께 쓰임받을 날을 위해 준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 목사가 이런 사역을 이어 가는 건 생계를 책임지는 아내의 내조와 가족의 기도가 있기 때문이다. 안 목사는 자신이 가장으로서는 ‘0점’이라며 미안해했다.

“이제 일하는 게 힘에 부쳐서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하나님의 일하심을 기대하며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으로 많은 이들이 고난 가운데 있는데 꿈꾸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20년 만에 학위를 딴 제 이야기도 있지 않습니까. 허허.”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