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폭력·페미니즘… 기독교인은 어떤 시각으로 봐야 하나

국민일보

여성 폭력·페미니즘… 기독교인은 어떤 시각으로 봐야 하나

입력 2020-07-31 00:04
  • 미션라이프 카카오플러스 친구등록하기
전 세계 15~44세 여성은 암이나 말라리아, 교통사고로 인한 상해를 합한 것보다 이것 때문에 더 많이 죽거나 신체적 장애를 얻는다. 이것은 무엇일까. 바로 ‘여성 폭력’이다.

여성을 향한 폭력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며, 남의 나라 일도 아니다.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유포한 ‘n번방 사건’과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운영자로 솜방망이 처분을 받은 손정우씨 판결, 미투로 폭로된 유력 정치인의 성추행 피소 등이 최근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일이다. 여성 폭력은 현재진행형이며, 이에 대항해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는 페미니즘 운동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기독교인은 두 역사적 흐름에 어떤 시각을 가져야 할까.


‘우리가 멈추지 않는다면’(IVP)은 여성 신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일레인 스토키가 8년간 전 세계 여성 폭력 실태를 기록한 책이다. 스토키는 책에서 여성 할례와 조혼, 명예 살인 등 아프리카·아시아에서 펼쳐지는 비극을 고발한다. 서구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가정 폭력에도 돋보기를 들이댄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미국 여성은 애인 등 친밀한 상대에게 매년 480만건의 신체적 폭행을 당한다.

성폭력을 당한 여성이 종종 듣는 질문에 관한 답도 내놓는다. “왜 여성들이 폭력적 관계를 그만두지 못하느냐는 질문이 나온다.… 시간이 지나면서 폭력이 일상의 일부가 되기 때문에 다른 삶을 상상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여성 혐오적이란 오명이 붙은 성경 본문에 관해서도 변론한다. 스토키는 “그런 구절은 오늘날 보편적 규칙은 아니며, 역사적이고 문화적 요구”라며 “지난 여러 세기 동안 피해자이자 지지자인 여성들은 불의와 싸우고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복음서에서 영감을 얻어왔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기독교와 페미니즘이 같은 노선을 걸을 수 있을까. 양혜원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연구교수가 쓴 ‘종교와 페미니즘, 서로를 알아가다’(비아토르)는 이 질문에 답하는 책이다. 한국과 미국에서 여성학과 종교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은 양 교수는 책에서 종교(이슬람·유교·기독교) 페미니즘의 특징을 설명하며 한국 토양에서의 복음주의 페미니즘 구현 가능성을 논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기독교와 페미니즘의 길은 다르다’는 게 저자 주장이다. 페미니즘의 핵심은 남녀 간 권력 관계에 있고, 이 문제는 정치로 해결될 수 있다. 따라서 교회에서 페미니즘을 실천하려면 낙태나 동성결혼 등의 진보적 의제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복음주의권에선 현실적으로 어렵다. 저자는 “기독교인을 위해 교회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진보든 페미니즘이든 정치적 압력 없이 자기 자신으로서 하나님 앞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라며 “모든 걸 정치로 환원치 말고 종교성의 영역을 제대로 지키자“고 말한다. 교회가 여성을 이해하기 위해 페미니즘을 참조하되,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창의적 관계를 시도해보자는 제안이다.

양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