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예금 금리 사상 첫 0%대… ‘길 잃은 돈’ 결국 주식·부동산?

국민일보

은행 예금 금리 사상 첫 0%대… ‘길 잃은 돈’ 결국 주식·부동산?

1억 넣어도 연 이자 100만원 안돼… 가계대출 금리도 사상 최저 기록

입력 2020-08-01 04:01

은행 예금 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0%대에 진입했다. 1억원을 예금에 넣어도 이자로 연간 100만원도 받기 힘들게 된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대량으로 풀린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이나 주식 등 투자자금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3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지난달 신규 취급액 기준 은행 저축성 수신 금리는 전월 대비 0.18%포인트 내린 연 0.89%다. 이 중 순수저축성 예금 금리는 0.19%포인트 내린 0.88%다. 은행권 예금 금리가 0%대로 들어선 건 1996년 1월 한은 집계 이래 처음이다.

지난달 은행권 정기예금(신규 취급액 기준) 가운데 0%대 금리 상품의 비율은 67.1%로, 이 역시 역대 최대치다. 전월 대비 115% 증가한 수치이기도 하다. 금리가 2% 이상~3% 미만인 상품 비중은 0.2%에 불과했다. 한은이 지난 5월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인 연 0.5%로 낮추고, 이후 동결하면서 0%대의 정기예금 비중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이다.

가계대출 금리도 전월 대비 0.14%포인트 하락한 2.67%로 사상 최저치다. 주택담보대출은 0.03%포인트 하락해 2.49%로 떨어졌다. 특히 일반신용대출은 2.93%로 처음으로 2%대에 진입했다. 전월 대비 0.4%포인트 떨어져 상대적으로 낙폭이 컸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달 일반신용대출은 주택 거래가 증가하면서 늘었는데, 이에 따라 신용등급이 우량한 차주들의 비중이 커지면서 해당 대출 금리가 비교적 큰 폭으로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6·17 부동산 대책을 전후로 주택 매매·전세 거래가 증가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제2금융권 예금 금리 역시 모두 하락했다. 1년 만기 정기예탁금 기준으로 상호저축은행 1.92%(-0.07%포인트), 신용협동조합 1.79%(-0.07%포인트), 상호금융 1.21%(-0.13%포인트), 새마을금고 1.74%(-0.05%포인트)였다. 대출 금리의 경우 새마을금고를 제외하고 모두 내렸다. 상호저축은행 9.76%(-0.04%포인트), 신용협동조합 4.01%(-0.03%포인트), 상호금융 3.50%(-0.09%포인트)였다. 새마을금고는 0.06%포인트 오른 4.17%였다.

소비자는 은행에 예금을 해도 ‘쥐꼬리’만한 이자 수익을 쥐게 되면서 시중 자금이 주식과 부동산 등으로 유입될 가능성은 높아졌다. 3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계좌에 들어있는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29일 기준 47조4484억원으로, 최근 3개월간 40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역시 급증하고 있다. 한은 가계신용 통계에 따르면 1분기 기준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858조1196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동성이 막대하게 풀린 상황에서 자금은 결국 수익성이 높은 부동산이나 주식으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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