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름 던 세입자… 집주인은 아우성

국민일보

한시름 던 세입자… 집주인은 아우성

계약갱신·전월세상한제 첫날

입력 2020-08-01 04:00
사진=연합뉴스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가 전격 시행된 31일 기존 세입자와 집주인, 새로운 전셋집을 구해야 하는 신규 세입자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40대 김모씨는 계약갱신청구권 제도 시행으로 큰 시름을 덜었다. 9월 말 전세 재계약을 앞두고 있었는데, 전세 시세가 2년 전보다 1억3000만원이 올라있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미 전세대출이 꽉 차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며 “일단 2년이라는 시간을 번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인다”고 말했다. 이날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거쳐 시행되면서 가장 많은 혜택을 본 이들은 김씨처럼 계약 갱신을 앞둔 기존 세입자다.

하지만 이들도 마냥 기뻐할 수는 없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전·월세 계약당 한 번만 적용된다. 새로 계약을 맺었다면 최대 4년, 기존 계약을 갱신한다면 2년 후에는 다시 시세에 맞춰 전세금을 올려주거나 새로운 전셋집을 찾아야 한다. 경기 화성시에 사는 30대 주부 엄모씨는 “말이 4년이지, 아이 키우다 보면 4년 금방 간다”며 “당장 집주인이 2년 후 들어오겠다고 하면 비워줘야 할 수도 있는데, 지금 추세라면 신규 계약 때마다 전셋값이 얼마나 오를지 가늠이 안 된다”고 걱정했다.

최대 4년간 전세 보증금이나 월세를 올릴 수 없게 된 집주인들은 아우성이다. 경기 용인에서 아파트를 전세로 임대 중인 정모씨는 단단히 화가 났다. 그는 “지난해 전세 거래가 일시적으로 막히면서 시세보다 1억원 싸게 계약을 했는데, 지금은 옆집과 전셋값이 2억원이나 차이 난다”며 “같은 단지, 같은 크기 아파트 전셋값이 이렇게 차이 나는 게 정상이냐”고 반문했다.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집주인들의 성토가 쏟아졌다. 한 임대인은 “세입자가 골머리를 썩여 계약 만료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꼼짝없이 2년을 더 버텨야 할 상황이 됐다”며 “세입자를 내보내고 직접 들어가 사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적었다. 또 다른 집주인은 “집을 엉망으로 만든 세입자가 안하무인으로 나오는데, 이 사람에게 2년 더 집을 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피가 거꾸로 솟는다”고 했다.

정작 가장 큰 고민에 빠진 사람은 계약갱신청구권이나 전월세상한제 적용을 받지 못하는 신규 세입자다. 수도권에서는 이미 전셋값이 대폭 상승한 데다 최근엔 전세 매물도 빠르게 줄어들었다. 특히 4년간 전셋값을 올릴 수 없게 된 집주인들이 신규 계약 시 전세보증금이나 월세를 미리 높일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 신규 세입자들은 가슴만 졸이고 있다.

서울 은평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윤모 대표는 “하루종일 임대인과 임차인의 문의가 빗발쳤다”며 “이사하겠다고 했던 임차인들은 다시 살아도 되느냐고 물어오고, 계약 만료를 앞둔 집주인들은 직접 입주하는 문제를 상담해 왔다”며 “직접 거주한 뒤, 2년 후 다시 전세를 주겠다는 집주인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같은 지역의 다른 중개업소 대표는 “본인이 입주하기 어려운 집주인 중에는 자녀를 대신 입주시키겠다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정우진 안규영 기자, 세종=전성필 기자 uz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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