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상병수당, 디테일이 중요하다

국민일보

[기고] 상병수당, 디테일이 중요하다

신기철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숭실대 교수

입력 2020-08-04 04:04

코로나19는 소득과 관계없이 무차별적으로 감염되지만 피해는 사회보장 체계에서 소외되기 쉬운 노동 취약계층에게 집중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지난달 14일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디지털 및 그린 경제를 성장동력으로 하는 한국판 뉴딜 정책을 발표하면서 이들 두 기둥을 튼튼히 뒷받침하기 위해 고용·사회안전망을 강화하기로 하고 아픈 근로자가 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상병수당 도입도 추진하기로 했다.

상병수당은 업무와 관련 없는 질병이나 부상으로 소득 활동을 하지 못할 때 소득 일부를 지원해 주는 제도다. 정부가 사회보험 또는 공공부조로 지원하거나 기업체가 아픈 근로자에게 임금의 일부를 지급하는 유급병가를 의무화하는 방식도 있다. 나라별로 상병 발생 전 평균 소득의 50~80%를 지급하고 있는데, 지급액과 조건에 따라 필요 이상의 요양을 하는 도덕적 해이가 발견되기도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상병수당을 도입하지 않은 나라는 우리나라와 미국 뿐이다. 미국은 13개주와 30여개 대도시에서 상병수당 혹은 법정 유급병가를 운영 중이며, 민간 부문 근로자의 75%가 유급병가 혜택을 받기 때문에 실질적인 도입 국가로 본다. 우리나라는 상병수당도 없고 국민건강보험 보장률도 아직은 낮기 때문에 국민들은 실손보험·암보험 등 민영 의료보험에 가입해 위험 분산을 해오고 있으나 저소득층은 이마저도 어려워 가장에게 중증 질환이 발생하면 경제적 위기가 초래될 수밖에 없다. 상병수당이 합리적으로 잘 도입된다면 의료보장이 촘촘하게 갖춰지고 가계의 보험료 부담도 줄어드는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

정부는 2022년부터 저소득층 등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하면서 부작용은 최소화하고 순기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한다. 도입 초기에는 취약계층 위주로 보장하면서 단계적으로 보장 대상과 지급 금액을 늘려가는 방안을 권하고 싶다. 발병 초기의 일정 기간은 기업체가 유급병가로 소득을 보장하면 건강보험료 부담은 최소화하면서 충실한 사회 안전망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 아울러 가능하다면 코로나19 등 보건 당국에서 관리하는 감염병은 상병수당 대상 질병으로 하는 방안도 고려하면 좋겠다.

우리는 이제 상병수당 도입의 첫발을 내디뎠을 뿐이다. 앞으로 누가 얼마나 비용을 부담할 것인가, 누구에게 얼마를 줘야 할 것인가, 유급병가 등 관련 제도와는 어떻게 연계시킬 것인가, 그리고 도덕적 해이에 따른 제도 오남용은 어떻게 막을 것인가 등 많은 사회적 논의와 전문적 연구가 필요한 상황으로 성공적 제도 도입까지는 갈 길이 멀다. 모든 일이 그러하듯 승부는 디테일에 있다.

신기철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숭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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