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섬캉스

국민일보

[내일을 열며] 섬캉스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입력 2020-08-06 04:03

우리나라는 2017년 기준 3339개의 섬을 갖고 있다. 유인도 470개와 무인도 2869개가 전국에 흩뿌려져 있다. 섬나라로 유명한 인도네시아, 필리핀, 그리스 등과 견줘도 크게 뒤지지 않는 도서 대국이다.

섬은 육지와는 다른 감상을 불러일으킨다. 뭍의 해변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색다른 뭔가가 있다. 해 질 녘이면 섬 전체를 붉게 물들이는 석양이 사람들의 가슴을 물들이고, 일렁이는 파도와 기암괴석은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여기에 청정 바다가 내어준 신선하고 풍성한 먹거리는 건강과 풍미를 선사한다. 오감을 만족시켜주는 섬 여행의 백미는 일상을 떠나 느낄 수 있는 여유로움이다. 철썩이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시간을 낚기에도, 연인 또는 가족끼리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며 걷기에도 좋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그 많은 섬 가운데 제주도와 울릉도 등 관광이 활성화된 곳은 몇 군데에 불과하다. 찾아가기도 쉽지 않고 시설이 열악해 사람들로부터 외면을 당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8월 8일을 ‘섬의 날’로 지정하고 전남 목포에서 처음으로 기념행사를 열었다. 8월 8일로 정한 것은 숫자 8을 눕히면 나오는 ‘∞’(무한대)로, 섬의 가능성을 담았다고 한다. 단순히 다리로 연결하고 어항을 짓는 것을 넘어 대한민국 미래 성장을 이끄는 도약의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경남 통영시에서 개최할 예정이던 섬의 날 행사를 열지 않기로 했다.

행정안전부는 섬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해 매년 휴가철 찾아가고 싶은 섬을 뽑아 발표한다. 올해도 33개 섬을 선정했다. 코로나19 속에서도 방역지침을 지키면서 소규모 그룹으로 안전하게 여행을 가고 싶어 하는 요구를 반영했다. 찾아가고 싶은 섬은 걷기 좋은 섬, 풍경 좋은 섬, 이야기 섬, 신비의 섬, 체험의 섬 등 5개 테마로 분류됐다. 등산이나 트레킹을 즐기기 제격인 걷기 좋은 섬으로는 12곳이 선정됐다. 경남 거제 이수도는 둘레길 주변에 전망대가 설치돼 천혜의 자연환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경기도 안산 풍도는 해안산책로와 야생화 군락지가 있어 트레킹하기 좋다.

풍경 좋은 섬에는 바닷가 모래사장과 노을 등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6곳이 추천됐다. 전남 진도 관매도에서는 관매해변과 기암 등으로 이뤄진 관매 8경을 볼 수 있고, 경남 통영 비진도에서는 해수욕장과 해송 숲이 어우러져 피서를 즐기며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역사나 전설 등과 연관된 이야기 섬으로는 4곳이 뽑혔다. 인천 강화 교동도에는 중종반정으로 쫓겨난 연산군 유배지와 한글 점자인 훈맹정음(訓盲正音)을 만든 송암 박두성 선생의 생가가 있다. 전남 완도군 보길도에는 고산 윤선도 관련 유적과 우암 송시열의 글씨가 새겨진 바위가 있다.

특별한 자연환경을 가진 신비의 섬은 4곳이 선정됐다. 충남 보령 장고도는 썰물 때면 명장섬까지 2㎞의 백사장길이 펼쳐지고, ‘순례자의 섬’으로도 알려진 전남 신안 기점·소악도는 밀물 때면 섬과 섬을 잇는 노두 길이 잠겨 5개 섬으로 변한다. ‘체험의 섬’은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집라인과 바지락 채취 등을 해볼 수 있는 전북 군산 무녀도, 해양생물 관련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경남 창원 우도 등 7곳이 포함됐다.

요즘 ‘섬캉스’(섬+바캉스)란 말이 유행이다. 섬에 들어가 비대면 휴가를 알차게 즐길 수 있어서다. 바다를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어도 휴식이 되고, 지친 일상을 내려놓을 수 있어 힐링이 되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단 며칠만이라도 섬으로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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