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석창우 (20) ‘평창동계올림픽’ 실사단 앞에서 크로키 퍼포먼스

국민일보

[역경의 열매] 석창우 (20) ‘평창동계올림픽’ 실사단 앞에서 크로키 퍼포먼스

장애문화예술국민대축제’서 개막 공연… 공연보고 감동 받은 문체부 차관 제안

입력 2020-08-0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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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륜 경기 모습이 담긴 석창우 화백의 작품. 석 화백은 인생이 담긴 자전거 그림을 줄곧 그려왔다.

“그러나 먼저 된 자로서 나중 되고 나중 된 자로서 먼저 될 자가 많으니라.”(마 19:30)

당시 성경을 종종 읽던 난 마음에 드는 성경 구절이 생기면 따로 기록해 놓곤 했다. 나중에 성경 말씀을 써서 작품 전시를 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위의 마태복음 말씀은 당시 따로 적어 놓은 말씀 중 하나였다. 경륜 경기를 보고 있자니 딱 이 말씀이 연상됐다. 결국, 경륜은 사람의 인생을 나타내는 경기가 아닐까 싶었다. 이를 작품으로 옮겨 그림을 그려 보기로 했다. 경륜장에 비치된 자전거를 먼저 스케치하면서 선수들의 경기도 한 달 정도 계속 구경했다. 출발지점과 골인 지점, 중간지점 등 곳곳을 돌아다니며 선수들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이를 그림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1년 반 정도 경기가 있는 날이면 계속 경륜장을 찾아 경륜 경기를 그렸다. 2007년 경륜을 주제로 한 전시회를 열게 됐다.

이것이 계기가 돼 1996년 고환암을 진단받았으나 이를 극복하고 프랑스 도로를 일주하는 사이클 대회 ‘투르 드 프랑스’(Tour de France)에서 사상 최초로 7연패(1999∼2005년)를 달성한 랜스 암스트롱 선수와 연결됐다. 그가 2007년 9월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 경기도 광명스피돔 측에서 내 작품을 구매해 선물한 적도 있다. 하지만 그는 이후 금지약물을 복용한 혐의로 미국반도핑기구(USADA)로부터 ‘영구 제명’ 징계를 받았다. 2012년 10월엔 국제사이클연맹(UCI)으로부터 7연패 우승 기록도 박탈당했다.


난 자전거는 우리네 인생과도 같다고 생각한다. 자전거는 페달을 열심히 밟지 않으면 넘어진다. 우리네 인생도 열심히 하지 않으면 남들보다 뒤처지는 것과 같다. 자전거를 탄 사람은 쉴 새 없이 페달을 밟으면서 속도와 방향을 조절하며 나아간다. 우리 삶도 열심히 하고 때론 방향을 조절하면서 나아가야지 보람을 느끼게 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온종일 작업에만 매달리며 화폭에 그림을 그려온 내 노력을 하나님께서도 아셨을까. 나를 향한 하나님의 프로그램은 이제 전 세계인의 이목이 쏠리는 무대를 향해 가고 있었다. 2011년 2월 16일 강원도를 찾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2018 평창동계올림픽’ 실사단 앞에서 수묵 크로키 퍼포먼스를 하게 된 것이다.

이 기회는 당시 박선규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제안하면서 얻게 됐다. 그는 2010년 9월 16일 서울시청 열린광장에서 열린 ‘2010장애문화예술국민대축제’ 개막식에서 내 작품 퍼포먼스를 보고 감동했다고 했다. 온 국민이 염원하던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내 작품 퍼포먼스도 한몫할 수 있다고 하니 부담스러우면서도 무척 설렜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