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소셜 믹스

국민일보

[한마당] 소셜 믹스

한승주 논설위원

입력 2020-08-07 04:05

일반 분양 아파트와 공공임대 아파트를 가르는 조건은 명확하다. 소득기준이다. 공공임대는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취약한 서민층을 대상으로 한다. 전용면적 85㎡(약 25평) 이하로 공급된다. 저소득층이 주로 살다 보니 치안 교통 교육 환경은 열악한 편이다. 서울의 같은 구 안에서도 임대와 일반 분양이 자연스레 갈리게 된다. 거주지가 구분되면서 주거 격차로 인한 사회계층 간 격차도 심해지게 된다.

‘소셜 믹스(Social Mix)’는 같은 아파트 단지에 일반 분양과 공공임대를 함께 조성하는 걸 말한다. 1980년대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시작된 소셜 믹스는 부자와 빈자가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 어울리며 격차를 줄여보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90년대 들어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일본 도쿄 등으로 퍼졌다. 우리나라도 2003년 서울시가 공공임대주택 사업을 시행하면서 이 제도를 도입했다. 재건축 재개발 등을 할 때 일정 비율을 임대주택으로 지어야 하며, 이를 지방자치단체가 조합으로부터 기부채납받아 공급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선한 취지와는 달리 부작용도 생겼다. 같은 단지 안에 임대와 일반 동을 분리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섞이길 바랐지만 어느 동에 사느냐로 경제력이 드러났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이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받는 일도 생긴다.

소셜 믹스라는 생소한 개념이 최근 정부의 주택 공급 방안 발표로 입길에 오르고 있다. 강남 부자동네 재건축 단지들이 소셜 믹스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서다. 임대주택을 넣어서 재건축을 하느니 차라리 용적률 등 인센티브를 포기하고 조합원 분담금을 늘려 명품 아파트로 만들겠다는 얘기도 나온다. 도시건축 전문가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은 “소셜 믹스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같은 아파트 안에서 103호, 208호, 409호 이런 식으로 섞여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건축 단지에 임대 분을 넣으면서 동 구분 없이 섞어서 어느 집이 임대인지 모르게 하자는 것이다. 정책 당국과 재건축 조합이 귀담아들어볼 제안이다.

한승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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