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전세 소멸?

국민일보

[한마당] 전세 소멸?

이흥우 논설위원

입력 2020-08-08 04:05

전세는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주택 임대차 제도이다. 제주에는 뭍과는 다르게 일년치 월세를 한꺼번에 받는 연세라는 제주 특색의 유형도 있다. 전세제도는 1876년 강화도조약 이후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개항지에 일본인 거류지가 형성되고, 서울의 인구가 급격히 늘면서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1910년 조선총독부가 펴낸 ‘관습조사보고서’는 “전세란 조선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행하여지고 있는 가옥 임대차 방법”이라고 적고 있다. 이 무렵 이미 전세제도가 폭넓게 정착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오랫동안 전세제도가 유지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주택가격이 꾸준히 상승해왔기 때문이다. 집주인의 경우 부족한 주택구입자금을 전세자금을 통해 목돈을 무이자로 빌리는 효과를 누리는 것과 함께 가격 상승에 따른 자본이익도 얻는다. 세입자 또한 매달 일정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 월세보다 원금 손실이 없는 전세가 훨씬 이득이다.

받은 전세금 이자로 생활을 영위하던 때도 있었으나 저금리 기조가 자리잡은 요즘엔 어림없는 얘기다. 때문에 점차적으로 전세가 월세로 바뀌어 가는 추세다. 전체 가구에서 전·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6년 22.4%, 19.0%였으나 2012년 21.5%, 21.9%로 역전되더니 2016년 15.5%, 23.7%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 이 같은 추세를 근거로 전세 소멸을 걱정하는 이가 적잖다. 특히 “임대차 3법 때문에 전세가 너무나 빠르게 소멸되는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게 됐다”는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의 국회 5분연설로 우려가 더 커졌다.

금융권은 전체 전세시장 규모를 대략 500조~600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산술적으로 이 돈을 모두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전세가 없어지는데 단기간에 그게 가능하냐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전세 비중이 주는 건 사실이나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전세가 급격하게 소멸할 가능성은 낮다는 거다. 이 같은 전문가들의 지적에 대한 윤 의원의 반박이 궁금하다.

이흥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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