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석창우 (22) 성경 말씀을 낙관으로 새기려 준비했는데…

국민일보

[역경의 열매] 석창우 (22) 성경 말씀을 낙관으로 새기려 준비했는데…

런던 올림픽 기간 작품 시연 제안 받고 성경 말씀으로 전도해볼 계획이었으나…

입력 2020-08-11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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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창우 화백이 2011년 2월 16일 강원도 평창을 찾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후보도시조사평가위원회 위원들 앞에서 수묵 크로키 시연을 한 뒤 발로 낙관을 찍고 있다.

미리 성경 구절을 영어 성경에서 찾아 프린트해 놓은 뒤 시연장에 들고 갔다. 시연이 끝나고 낙관 글에 관해 설명하며 같이 나눠주니 효과가 만점이었다. 당시 시연을 본 실사단의 반응이 아주 좋았다. 당시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해 국내 관계자들도 모두 만족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후보 도시 조사평가위원회 소속 실사단도 깊이 감동했다고 들었다. 최선을 다해 준비한 일이 인정받고 실사단에게도 좋은 인상을 줬다니 기분이 좋았다. 평창이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하면 IOC 본부가 있는 스위스 로잔에 갈 기회도 생길 것 같았다.

작품 시연 후 그 그림을 당시 구닐라 린드버그 실사단 위원장에게 기념으로 선물하려 했다. 하지만 린드버그 위원장은 작품을 그냥 받을 수 없다며 직접 구매하겠다고 했다. 특히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 대표로 휠체어를 타고 참석한 앤 코디 위원은 눈물까지 훔쳤다고 전해 들었다. 나는 나머지 실사단 위원들에게는 미리 준비해 간, 직접 그린 소형 작품들을 나눠줬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긴장했던 탓일까. 이튿날 체력이 완전히 고갈됐다. 내 몸의 기운을 모두 동원해 작업에 몰두했는지 체력이 바닥났다. 온몸이 결리고 아팠다. 며칠간 휴식을 취하며 체력을 충전해야만 했다.


실사단 앞에서의 시연은 2012년 런던올림픽 기간 팀코리아 하우스에서의 시연으로 이어졌다. 2012 런던올림픽 기간 런던 로얄템즈 요트클럽의 팀코리아 하우스에서 대표선수단을 응원하는 작품시연을 하루 2번씩 2주간 해줄 수 없겠느냐는 제안을 받은 것이다.

난 지난번처럼 시연한 작품 밑에 성경 말씀을 낙관으로 새기기 위해 그동안 봐둔, 좋은 성경 구절 31개를 준비했다. 당시 복음 광고를 제작하던 정기섭씨도 소개받았다. 나를 도와줄 겸 같이 넘어가 이번 기회에 복음 전도도 해볼 요량이었다. 내 그림이 새겨진 전도지를 같이 준비해 런던올림픽에 온 사람들에게 나눠줄 계획이었다. 기독교 신자로서 그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살아온 것 같아 이렇게라도 성경 말씀을 전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이 국민일보 기사를 통해 알려지자 문화체육관광부 측에서 제동을 걸어왔다. 올림픽 행사가 열리는 현장에서는 종교 활동을 할 수 없다고 했다. 낙관 글 아래에 성경 구절도 쓸 수 없다고 했기에 부랴부랴 다른 글로 바꿔 런던으로 향했다. 괜찮은 복음 전도 같았는데 실행에 옮기지 못해 매우 아쉬웠다. 하나님께서 무슨 이유로 그렇게 하셨는지 지금도 그 뜻은 잘 모르겠다.

결국, 런던에 같이 가지 못한 정씨는 런던 가려고 싼 여행용 가방을 그대로 들고 한 기도원으로 가 내 퍼포먼스를 위해 기도해줬다고 들었다.

정리=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