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민나 도로보데스

국민일보

[뉴스룸에서] 민나 도로보데스

모규엽 사회부 차장

입력 2020-08-10 04:06 수정 2020-08-10 04:06

옛날에 TV 드라마에서 들었던 대사 중 기억에 남는 말 하나가 있다. 바로 ‘민나 도로보데스’다. 탤런트 박규채씨가 이 말을 내뱉자 성우가 “민나 도로보데스. 일본말로 ‘모두가 도둑놈들이다’라는 뜻입니다”라고 설명까지 해줬던 기억이 난다. 인터넷 포털을 찾아 확인해보니 제5공화국 초기인 1982년 일제시대 부자들의 성공기를 풍자적으로 다룬 MBC ‘거부실록’ 중 ‘공주갑부 김갑순’ 편에서 땅 투기꾼이었던 김갑순의 대사였다. 당시 ‘장영자 사건’이 터지면서 사회에서 유행어가 됐다고 한다. 이 ‘민나 도로보데스’라는 대사가 무려 38년 만에 떠오른 것은 최근 사회 최고 이슈로 떠오른 부동산 때문이다. 청와대와 정부, 여야 모두 이를 놓고 한심한 작태를 벌이고 있어서다.

지난주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청와대 수석비서관 5명이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4·15 총선 이후 거듭된 부동산 정책 논란에 청와대 다주택 참모의 주택 매각 지연이 더해져 악화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수석 가운데 김조원 민정수석, 김거성 시민사회수석, 김외숙 인사수석의 주택 매각은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김조원 수석의 처신은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서울 강남에 아파트 두 채를 가지고 있는 김 수석은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노 실장의 권고를 뭉개다 결국 한 채를 팔기로 했다. 그런데 실상을 파악해보니 아파트를 시세보다 2억원 높게 내놓았단다. 비판이 이어지자 부랴부랴 매물을 거둬들였고, 그다음 날 사퇴 명단에 포함됐다. 당장 야당에선 “직(職) 대신 집을 택한 것”이라는 비아냥이 나왔다.

이들 세 수석은 노 실장이 청와대 다주택 참모들의 주택 매각을 처음 권고했을 때부터 이를 마뜩지 않게 여겼다고 한다. 일반 다주택자들에게 집을 팔라고 했던 정부와 여당이 정작 청와대 참모들은 설득하지 못했다는 점이 참 아이러니하다. 이들 다주택자 참모는 그래도 어쨌든 집을 지켰다. 그리고 경험칙상 이들은 또다시 직을 얻을 것이다.

정부는 또 어떤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발표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등 부동산·금융 정책을 다루는 주요 부처와 산하기관 고위 공직자 10명 중 3명은 다주택자였다. 이들의 평균 부동산 재산은 12억원으로 국민 평균의 4배나 됐다. 특히 세종에 집을 보유한 다주택 고위 공무원들은 꽃놀이패를 가지고 있다. 특별분양 받은 세종 아파트 가격이 행정수도 이전 논의 등으로 천정부지로 뛰고 있어서다. 보유해도 좋고, 팔아도 엄청난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다. 5년 전 약 3억원에 특별공급 받은 30평대 아파트가 지금은 호가가 11억원까지 뛰어올랐으니 말이다.

이런데도 더불어민주당은 부동산 입법을 일방 강행했다. 남은 건 ‘임차인’ 관련 논란뿐이다. 집 없는 서민들은 이제부터 살 집에 대한 고민거리만 늘었다. 전세가 월세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통합당도 청와대와 정부·여당을 공격할 자격이 없다. 당장 주호영 원내대표도 자신의 지역구가 있는 대구 아파트를 팔고 강남 아파트를 남겼다. 시세 차익이 무려 23억원이라고 한다. 강남 고급 아파트 2채를 포함해 주택 4채 등 부동산 재산만 289억원에 달하는 박덕흠 의원은 6년째 국회 국토교통위원으로 있다. 통합당이 민주당 지지율을 따라잡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대안세력으로서 국민에게 신임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 시민은 “민주당이 너무 못해서 통합당에 눈을 돌려봤는데 그들은 민주당보다 더하더라”고 했다.

결국 이런 지도층을 바라보는 서민은 억장이 무너진다. “민나 도로보데스.”

모규엽 사회부 차장 hir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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