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어렵다면… 목회자의 부업, 전면 허용해야 할까

국민일보

교회가 어렵다면… 목회자의 부업, 전면 허용해야 할까

[목사이중직, 현실과 교회법 사이] <상> 교세 감소 속 미자립교회 이중고

입력 2020-08-1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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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봉으로 이중직을 하는 A목사(왼쪽)가 지난 6월 제주 조천읍에서 꿀을 채취하고 있다. 국민일보DB

생산직 근로자, 아파트 경비원, 보험설계사, 양봉, 택시·대리운전·택배 기사, 카페·목공소 운영…. 페이스북 ‘일하는 목회자들’ 페이지 회원의 직업들이다. 2016년 만들어진 페이지에는 목회하면서 동시에 직업을 가진 이중직 목사들이 가입해 있다. 회원만 6750명으로 70% 이상이 직업을 가진 목사다.

이 문제에 관한 교단의 법적 논의가 마무리되기도 전에 이중직 목사의 수는 점차 늘고 있다. 미자립교회 목사가 외부 지원에 의존해 교회를 유지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미자립교회는 1년 예산 3000만~3500만원 이하의 교회를 말한다. 전반적인 교세 감소로 작은 교회를 후원하던 중·대형교회들이 지출을 줄이고 있지만, 목사는 교회뿐 아니라 가족의 생계까지 책임져야 한다. 안정적인 목회와 생활을 위해 목사는 물론이고 사모까지 직업을 갖는 건 일종의 고육지책이다.

부작용도 없지 않다. 경기도 고양에서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A목사는 최근 교회를 거의 돌보지 못하고 있다. 그의 지인인 B목사는 10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레스토랑 개업 초창기에는 일과 목회 사이에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지만, 일이 바빠지다 보니 목회에 거의 신경 쓰지 못하는 눈치”라면서 “이중직 목사 중 이런 어려움에 빠진 분들이 더러 있다”고 전했다.

국내 주요 교단 중 목사 이중직을 법적으로 전면 허용한 사례는 없다. 대신 적지 않은 교단이 미자립교회 목회자만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두고 있다. 원칙적으로는 불허하지만, 상황에 따라 이중직의 좁은 길을 열어 둔 셈이다. 기독교대한감리회는 교단 헌법인 교리와 장정에 ‘지방 교역자 특별조사 처리위원회’의 심사를 거친 미자립교회 목사에게 이중직의 기회를 준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과 합동, 백석 총회도 비슷한 단서 조항을 두고 이중직을 제한적으로 허용한다.

현장에서는 미자립교회 목회자라는 제한 규정이 무의미하다며 전면적 허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경기도 김포의 한 라이브카페에서 기타와 건반을 연주하는 C목사는 “직업을 갖지 않고는 목회를 할 수 없는데 일일이 법을 따질 여유가 없다”면서 “누구든 이중직 목회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교단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여론조사에서도 이중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늘고 있다. 한국성결신문이 최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 교단 소속 목회자와 교인 255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19.3%가 “목회자 생계문제의 대안으로 이중직 허용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기성은 현재 제한적 이중직도 허용하지 않는다.

예장통합 총회의 한 관계자는 목사 이중직 전면 허용이 시대적 요구라고 단언했다. 그는 “자비량 선교도 하는데 국내에서 자비량 목회를 하는 게 문제될 일이 없다”면서 “교세는 줄고 목사는 늘어나는 상황에서 현재의 ‘목회 유일주의’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말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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