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구 칼럼] 검찰의 탄핵 음모론

국민일보

[김의구 칼럼] 검찰의 탄핵 음모론

입력 2020-08-12 04:01

검찰이 여권의 총선 패배 염두 두고
대통령 탄핵의 밑자락 깔았다는 주장은 허무맹랑
검찰 중립성은 개혁 이상으로 중요한 가치…
섣불리 수사 흔들려 말고 독립성 지켜줘야

검찰에 대한 여권의 압박이 집요하다.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윤석열 검찰총장 체제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 제기가 잇따르더니 최근엔 대통령 탄핵 음모론까지 제기됐다. 조국 전 법무장관이 검찰의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사건 수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탄핵을 겨냥하고 있다는 주장을 내놓자 여당 의원들이 앞 다퉈 이를 지원하고 나섰다.

조 전 장관은 9일 페이스북에 “작년 하반기 초입 검찰 수뇌부는 4·15 총선에서 집권 여당의 패배를 예상하면서 검찰 조직이 나아갈 총 노선을 재설정했던 것으로 안다”면서 “문재인 대통령 이름을 15회 적어 놓은 울산 사건 공소장도 그 산물”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어 “여당의 총선 패배 후 대통령 탄핵을 위한 밑자락을 깐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당 의원들은 이를 받아 윤 총장 체제를 정조준했다. 김남국 의원은 “조 전 장관에 대한 수사가 용두사미로 끝나자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과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을 다시 끄집어냈다”며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고 일부러 의도적인 수사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원욱 의원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의결되고, 탄핵심판은 헌법재판소가 하도록 헌법에 명시돼 있다. 지난 총선에서 범여권의 의석수가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대참패를 당했어야 가능한 사안이다. 검찰이 전례가 드문 여권 압승으로 귀결된 총선을 앞두고 그런 황당한 정치 구도를 예상해 탄핵의 밑자락을 깔았다는 주장은 전혀 상식적이지 않다. 음모론 성격이 짙고, 그 목적은 윤 총장 뒤흔들기에 있는 듯 보인다. 대검도 조 전 장관의 주장을 근거도 없는 허무맹랑한 말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10일 검찰 고위 간부 보직 변경 신고를 받는 자리에서 “현재의 정권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정권을 쳐다보는 해바라기가 돼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말 자체로는 원론적이고 지당하다. 하지만 윤 총장과 수사지휘, 인사 등을 놓고 갈등이 한창인 추 장관의 이 발언에서는 윤 총장 체제와 제1야당의 유착을 암시하는 뉘앙스가 느껴진다. 탄핵 음모론이나 총선 개입 의혹 제기와 맥이 닿아있다는 인상을 준다.

조국 사태를 지나면서 여권이 검찰을 압박한 논리는 윤 총장 체제가 개혁으로부터 검찰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조 전 장관 일가족에 대해 무리한 수사를 감행했고,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을 다시 끄집어내 청와대를 노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이든 청와대든 범법 혐의가 있다면 성역 없이 엄정히 수사하는 게 옳다는 여론이 많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에 비중을 두고 두 수사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검찰 개혁도 중요한 가치이긴 하지만 검찰이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법에 따라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오히려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 보다 본질적인 지향점일 수 있다. 이미 수사 권력의 분산이나 검찰 견제 장치 강화, 민주적 수사 절차 등에 대한 개선안이 심도 있게 추진되는 마당이어서 더욱 그렇다.

최근 여권의 검찰 비판을 보면 중립성 문제에 대해서는 검찰 개혁만큼의 무게를 싣지 않고 있다. 오히려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 검찰의 조직 이기주의를 무력화하기 위해 선출직 권력에 의한 견제를 강화하자는 논리다. 이런 취지의 민주적 통제는 자칫하면 검찰의 중립성을 훼손할 위험이 커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검찰이 절대적 선인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섣부른 음모론이나 야당 유착설을 풍겨 견제하려고 드는 것은 황당하다. 권력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마구 흔들어대는 건 검찰을 공정하고 정의로운 조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표에 반한다. 개혁을 내세우며 중립성을 흠집 내는 것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될 수 있다. 일시적으로 기세를 꺾는 데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나쁜 선례로 남아 다른 권력에 의해 다시 뒤집히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검찰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면 검찰 수사의 독립성을 존중하고 오히려 격려해야 한다. 검찰이 겨눈 칼날이 아프고 두렵더라도 감내하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개혁이 성공할 수 있다. 그게 진정으로 국민의 지지를 받는 길이다.

김의구 논설위원 e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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