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간에 대해 배웠죠” 에이전트H가 말하는 진짜 UDT

국민일보

[인터뷰] “인간에 대해 배웠죠” 에이전트H가 말하는 진짜 UDT

가짜사나이 속 진짜 저격수, 에이전트H를 만나다

입력 2020-08-15 04:03
에이전트H는 자신을 ‘솔직하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가짜사나이’ 촬영 당시에도 처음부터 끝까지 진심이었다는 그는 “워낙 힘든 시기이다보니 많은 분들이 교육생 입장에 몰입해 응원을 보내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윤성호 기자

특수부대 저격수가 스나이퍼 영화를 리뷰하면 어떨까. 게임에서만 보던 총기는 실제로 어떻게 쓰일까. 5일간 밥을 주지 않는다는 훈련의 실체는 뭘까. 해군 특수전전단(UDT/SEAL) 저격수 출신 유튜버 ‘에이전트H’(34)는 그동안 다뤄지지 않았던 밀리터리 덕후(마니아)의 궁금증을 조곤조곤 풀어낸다. UDT 출신 유튜버가 처음도 아닌데, 순식간에 50만 구독자가 몰려들었다. 단순히 ‘군대 썰’에 열광하는 것은 아니다. “당신에게 군인은 어떤 의미인가요.” 이 묵직한 질문이 사람들의 마음을 꿰뚫었다.

부사관으로 전역한 H는 2006년부터 2011년까지 군에 몸담았다. 2007년 UDT를 수료해 특수임무대대 저격수를 맡았고 2009년에는 청해부대 2진으로 소말리아에 파병됐다. 유튜브 채널 ‘미션파서블’을 개설한 건 지난 4월. 고작 4개월 만에 구독자 수가 55만명을 넘었다. 특히 웹예능 ‘가짜사나이’의 선임교관으로 얼굴을 알리면서 구독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일반인이 특수부대 훈련을 체험하는 ‘가짜사나이’는 UDT 출신 유명 유튜버 ‘김계란’의 ‘피지컬갤러리’ 채널에서 기획·제작했다. 지난달 9일 첫 방송이 나간 후 시리즈 누적 조회수가 4000만뷰에 달한다. 어마어마한 파급력에 UDT 출신 교관 모두가 주목받고 있지만 H의 인기는 단연 독보적이다. 지난 10일 국민일보와 만난 H는 “감사하면서 신기한 하루하루”라며 “이런 관심의 속도를 감당하기에 저도 많이 부족하고 콘텐츠의 완성도도 미숙하다. 그런 부분을 어떻게 채우고 보답할지, 어떻게 성장할지가 가장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미션파서블 영상은 대부분 저격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한 밀리터리 콘텐츠다. “사거리 500m 안쪽으로는 7.62㎜ 정도의 탄을 쏴도 바람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는 저격수 과외부터 소말리아 파병 당시 받은 월급까지 가감 없이 공개한다. 120시간 무(無)수면으로 진행되는 ‘지옥주’와 식사가 제공되지 않는 ‘생식주’ 훈련담은 600만뷰 가까이 조회됐는데, “발톱 10개가 다 빠졌다”는 말로도 상상되지 않는 극기 훈련에 혀를 내두르는 반응이 많다.

무턱대고 유튜브 시장에 뛰어든 것은 아니다. UDT 타이틀을 거는 건 전체를 대표하는 일이기에 철저하게 준비했다.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잘 할 수 있는 ‘저격수’ 보직을 내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처음엔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지금은 부대원들도 ‘잘 보고 있다’며 응원을 보낸다고 한다.

‘미션파서블’에서 제작한 현충일 콘텐츠 섬네일, UDT 동기들이 함께 출연한 ‘전역 후 직업’ 영상. 유튜브 캡처

“UDT는 제 인생 자체인 것 같아요. UDT에 안 갔다면 저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겠죠. 물론 어떤 상황에서 도전은 했겠지만 그 이상의 마음가짐에 도달하려 하지 않았을 겁니다.”

한계를 극복한 경험은 말 그대로 ‘불가능은 없다’는 것을 가르쳐줬다. 나약한 나의 모습부터 위험이 닥쳤을 때, 목숨을 걸었을 때, 진심으로 무언가를 해냈을 때의 다양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H는 “그냥 끝없이, 인간에 대해서 배운 것 같다”며 “저뿐만 아니라 모두가 ‘UDT라는 세 글자는 늘 가슴속에 있다’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군인 생활은 가슴 한켠에 씁쓸함도 남겼다. 군인의 희생이 당연시되는 사회 분위기, 열악한 처우가 피부로 와닿았다. 그는 “군인은 존중받고 존경받아 마땅한데 사회의 시선이 좋지 않다는 걸 군대에서 많이 겪었다”며 “아직 분단국가이고, 한 번의 도발로 나의 친구나 가족이 희생될 수 있는데 ‘그냥 2년 갔다오는거지’라고 치부하는 경우가 많아 아쉬웠다”고 했다.

유튜브로 선한 영향력을 전달하고 싶다는 바람은 거기서 출발했다. “돈이나 유명세를 동력으로 삼으면 1년 만에 무너질 것 같았다”는 그는 자신이 꾸준히 하고 싶었던 이야기에서 답을 찾았다.

“제가 다 바꿀 수는 없겠죠. 그치만 조금이라도 군인들 고생한다,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게 한다면 제 유튜브는 성공했다고 생각해요. ‘H님 덕분에 군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이런 말들이 저는 정말 기분 좋거든요. 그거 하나만으로도 많이 이뤄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조금씩이라도 변화가 일어나면 할 수 있는 것도 더 늘어날 테고요.”

가장 좋아하는 ‘현충일 콘텐츠’도 그렇게 탄생했다. 순직 UDT 장병들을 기리는 충혼탑을 찾고, 천안함 수색 현장에서 숨을 거둔 고(故) 한주호 준위를 추모하는 내용이다. 이 영상의 제목에는 H가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그대로 담겨있다. ‘당신에게 군인은, 현충일은 무슨 의미인가요’.

웹예능 ‘가짜사나이’에서 선임교관으로 출연한 에이전트H의 모습. 유튜브 캡처

다만 그는 일종의 환상을 품고 특수부대에 지원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UDT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고 여러 콘텐츠로 소비되고 있지만 본질은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라는 것이다. “특수부대라는 타이틀이 조명 받을수록 일반 군대를 낮춰 보는 인식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전했다.

“저도 지원 당시에는 UDT 한 명이 만들어지기까지 정말 많은 인력과 자원, 국민의 세금이 들어간다는 것을 몰랐어요. 내가 너무 가볍게 생각했구나 느끼면서 (어깨가) 무거워진 것 같아요. 적어도 나를 드러내고 싶거나 자랑하고 싶어서 갔다오지는 말라고, 모든 특전사 인원이 그렇게 생각할 거예요.”

H는 여전히 미션파서블 채널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고 했다. 눈에 보이는 숫자만큼 부담감도 커졌지만 군인, 소방, 경찰 등 ‘육체적으로 봉사하는 사회 각계각층의 히어로들을 응원한다’는 본래의 취지는 잊지 않으려한다. 그는 “제 모습 그대로, 원래 하던대로 우리가 하고 싶었던 콘텐츠를 만들 것”이라며 “나아가 군인에 대해 더 목소리를 내고, 혹시나 부당한 일이 생겼을 때 좀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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