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산다] 늘어난 제주도 관광객… 남는 문제

국민일보

[제주에 산다] 늘어난 제주도 관광객… 남는 문제

박두호 (전 언론인)

입력 2020-08-15 04:04

이달 초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 주민이 “아휴, 세화리에 사람이 너무 많아 하도리로 피신 왔어”라며 하도리 단골 카페에 들어섰다. 세화리는 구좌읍 소재지이면서 아름다운 해수욕장이 있어 여름이면 피서객이 몰리는 곳이다. 지난달 말부터 세화리 해안도로는 차량이 다니기 불편할 정도로 관광객이 몰렸다. 세화리뿐 아니라 월정, 평대, 하도, 종달리까지 제주 동부 구좌읍 해수욕장은 피서객으로 가득했다. 주민들은 바닷가를 이들 피서객에게 모두 내줬다.

제주도에 올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처럼 관광객이 몰리기는 처음이다. 제주도관광협회 자료를 보면 이달 들어 지난 8일까지 내국인 관광객은 34만496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3만3675명보다 3.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전년 대비 7.8% 증가했으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2월 40% 감소하고 3월 54%, 4월 53.3% 줄다가 5월 34%, 6월 25.5%, 7월 14.3%로 감소세가 회복되고 있었다. 제주도는 내국인 관광객 증가를 반기며 들떠 있는 분위기다.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은 거의 없다.

제주도 관광객이 회복세를 보이는 이유는 여름 휴가철 제주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코로나19 안전지역이라는 인식이다. 지난 12일 기준 제주도 확진자는 26명에 불과하다. 서울 광진구 20번 확진자로 인한 2, 3차 감염이 있었지만 이전까지는 지역감염이 한 차례도 없었다. 바람 때문인가 할 정도로 도민들도 의아해한다. 그리고 해외여행길이 막힌 것도 주효할 수밖에 없다. 육지의 장마가 많은 인명피해까지 동반하며 최장기록을 갈아치울 정도로 길어진 것도 발길을 제주로 돌린 이유로 들지 않을 수 없다.

올여름 제주 관광객의 관광 스타일은 크게 달라졌다. KT 빅데이터는 최근 제주도 관광객들이 생태관광지를 많이 방문했다고 분석했다. 6월에 혼인지, 화순곶자왈생태탐방숲길, 한라생태숲, 엉또폭포, 비치미오름 등의 인기가 급등했다. 모두 야외로 유명 관광지가 아니다. 코로나19 때문이다. 세화리에 피서객이 그렇게 북적였지만 일부 음식점이 호황이었을 뿐 모두 그런 것은 아니었다. 카페는 실내보다 덥더라도 야외 파라솔에 앉는다. 세화리에서 인기 있는 고등어 횟집은 올해 포장 주문이 전체 매출의 50%를 차지했다. 처음 겪는 현상이란다. 마트, 편의점에서 재료를 사다 집에서 해 먹는 관광객이 많다. 밀집된 실내는 가능한 한 피하고 있다.

제주도민들은 여름 휴가철 관광객 급증을 두 가지 관점에서 관심 있게 보고 있다. 하나는 관광객으로 인해 코로나19가 육지에서 유입이 되느냐 여부다. 다행히 아직 휴가철 관광객 가운데 감염자가 방문했거나 방문 뒤 귀가해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보고는 없다. 잠복기간이 있기 때문에 더 봐야 한다. 다른 하나는 이번 관광객 증가가 휴가철 일시적 현상인가, 아니면 과거의 연중 관광을 회복하는 신호인가 하는 것이다. 계절별 차이는 있지만 제주도는 확실한 연중 관광지로 자리잡아 왔다.

박두호 (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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