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옥의 컬처 아이] ‘코로나 공공미술’ 흉물 안 되려면

국민일보

[손영옥의 컬처 아이] ‘코로나 공공미술’ 흉물 안 되려면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입력 2020-08-13 04:06

코로나 위기 극복책의 하나로 단군 이래 처음으로 1000억원 가까운 돈이 미술인에게 뿌려졌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 3일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3차 추경으로 3469억원을 확정하며 이 가운데 759억원을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할당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8대 2의 매칭펀드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됨에 따라 이 프로젝트 예산이 948억원으로 불었던 것이다.

“그거, 짜고 치는 고스톱이 될까 걱정스럽네요.” 경기도의 P시가 발 빠르게 중앙정부가 하달한 ‘공공미술 프로젝트-우리 동네 미술’ 사업자 선정 공고를 낸 걸 보고 이 분야 전문가인 A씨는 혀를 찼다. 진행 속도가 빨라도 너무 빨라 ‘졸속’이 걱정된다는 투였다.

전국 228개 기초 지자체에 할당된 예산은 4억원씩이다. 사업 완료 시한은 내년 2월까지. 재난지원금 성격의 추경 사업이라 속도감 있게 진행한다는 게 문체부 방침이다. 그래선지 시·군·구별로 사업 공고가 조금씩 나고 있지만 P시가 유독 빨랐다. 세금 4억원을 쓰는 데 이처럼 짧은 기간에 공고가 나오고, 공모 기한도 14일간에 그치자 A씨의 우려가 나온 것이다. “어차피 정부가 뿌리는 돈, 얼른 해치우고 말자, 어느 작가가 뽑히든 상관없다는 뜻일 수 있지요. 이미 뽑을 사람 정해놓고 공고하는 것일 수 있겠고요.”

정부가 재난지원금 형태로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한다고 했을 때 미술계에선 기존의 ‘마을미술 프로젝트’나 ‘건축물 미술작품 제도’(1만㎡ 이상 신·증축 건물에 건축비 0.7%에 해당하는 미술작품 설치)의 재탕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많았다. ‘공공미술에 특화된’ 작가들이 이들 사업을 독과점하거나, 형식에서도 벽에 그림을 그리거나 수직으로 조형물을 꽂는 식의 빤한 작품이 양산된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흉물 논란도 적지 않았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과거처럼 조각이나 벽화에 한정된 게 아니다. 커뮤니티 예술, 지역 기록형 등 다양한 안이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도와 달리 중앙과 지방정부 간 소통이 부재하고, 지역 현장에서는 해석을 경직되게 하면서 과거 방식의 사업 진행이 될 공산이 높아 보인다. 이번 사업이 또다시 전국을 ‘거대한 조형물 쓰레기장’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긍정적 시각도 있다. 공공미술 전문가 B씨는 “잘만 활용하면 새로운 공공미술 실험의 장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 혹은 운용의 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촉박한 마감 시한은 기존에 공공미술 분야에서 오래 일한 ‘공공미술꾼’들이 뽑힐 가능성을 높인다. 공모 서류 작업에 익숙한 작가들이 선정에 유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탄력적 운용이 아쉽다. 공공미술은 지역 특성에 맞는 작업이어야 한다. 참여 의사가 있는 작가나 미술 기획자들이 해당 지역에 대해 충분히 조사하고 지역 주민을 인터뷰하며 작품에 대한 연구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어느 정도 충분한 작품 구상 기간이 보장돼야 한다. 이것은 ‘빤한’ 공공미술에서 벗어나 신진 작가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유도하며 다양성을 꾀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두 번째, 공모의 투명성이 보장돼야 한다. 지자체에만 맡길 경우 시장이나 군수 한마디에 작가 선정이 좌지우지될 수 있다. 기존에 형성된 견고한 지역 카르텔이 작동하기 쉽다. 외부 전문가가 작가 선정 과정에 개입해야 한다. 문체부가 심사위원단 풀을 조성해 지원하는 것도 방법이다.

세 번째, 교육의 효율성 제고다. 문체부는 문화예술위원회와 협력해 지자체를 돌며 공공미술 교육을 하고 있다. 교육에 참여한 한 교수는 “효과는 있다. 미술 이해 수준이 다른 작가와 공무원을 한자리에 놓고 교육하니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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