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28년 만의 공식 휴가

국민일보

[한마당] 28년 만의 공식 휴가

박정태 수석논설위원

입력 2020-08-14 04:03

국내 최초의 택배맨은 ‘미스터 미창’이다. 현대적 의미의 택배사업을 1962년 한국미창(현 CJ대한통운)이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국미창은 서울에 7개, 부산에 4개의 하물취급소를 개설해 사업에 나섰다. 노란색 조끼를 착용하고 손수레를 이용해 화물을 배달해준 하물취급소 직원이 바로 미창맨이었다. 택배사업이 법적으로 공식화된 것은 1992년. 소화물일관수송제도(門前배달제도)가 본격 시행되면서 한진이 ‘파발마’라는 브랜드로 그해 6월부터 영업을 개시했다. 93년 대한통운, 94년 현대택배가 뛰어들었다. 95년 TV홈쇼핑이 개국하면서 택배시장은 급속도로 커져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다. 이후 많은 택배사들이 등장하고 우체국택배도 참여한다(‘한국 택배산업 20년사’).

현재 택배시장 규모는 6조4000억원. 지난해 연간 택배 물량은 28억개다. 국민 1인당 연 54회 이용한 셈이다. 이제 택배 없는 생활은 상상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올해는 코로나19에 따른 언택트 소비 증가로 택배업이 또 다른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우울한 그림자도 있는 법. 그것은 특수고용노동자인 택배기사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이다. 이들은 개인사업자라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2018년 조사 결과, 하루 평균 12.7시간씩 월평균 25.6일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올해 노동 강도는 한층 세졌을 터이다. 상반기 택배 노동자 7명(비공식 사례 포함하면 12명)이 과로사했다니 안타깝기만 하다.

이런 택배기사들에게 휴식을 주기 위해 한국통합물류협회가 오늘을 ‘택배 없는 날’로 정해 휴무에 들어갔다. 28년 만의 첫 공식 휴무다. 대상은 CJ대한통운, 한진, 롯데, 로젠 등 대형 택배사다. 우체국도 동참한다. 소규모 택배사 몇 곳은 근무를 한다. 5곳의 택배기사들은 모처럼 16일까지 짧은 휴가를 보내고 임시공휴일인 17일에는 정상 근무를 한단다. 하지만 이게 일회성으로 그쳐선 안 된다. 이들이 혹사당하지 않게 휴식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가 할 일이다.

박정태 수석논설위원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