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왜 이래?”… 안산 식중독 피해가정 ‘끝 모를 고통’

국민일보

“엄마, 나 왜 이래?”… 안산 식중독 피해가정 ‘끝 모를 고통’

“냉장고가 원인, 유치원 측에 책임” 정부 결론에도… 일상 회복은 아직

입력 2020-08-14 04:03
집단 식중독 발생에 이어 원생 가정에 배달된 급식꾸러미 쌀 포대에서 쌀벌레가 발견된 경기도 안산의 A 사립유치원이 공립으로 전환된다. 사진은 A 유치원 전경. 연합뉴스

“엄마, 그럼 냉장고가 고장 나서 배가 아팠던 거야?”

A양(7)은 지난 12일 정부 합동 역학조사단이 발표한 안산 유치원 집단 식중독 사태 조사 결과를 듣고 이렇게 말했다. 유치원에서 장출혈성 대장균에 감염돼 치료를 받았던 A양은 최근 퇴원했지만 아직 일상생활을 되찾지 못했다. 지난달 4일 생일도 병원 침대 위에서 맞았다. 투병생활은 일곱 살 A양의 몸을 망가뜨렸다. 시력이 급격하게 떨어졌고, 밝았던 성격도 예민하게 바뀌어 버렸다. 용혈성요독증후군(햄버거병) 증세를 보였던 동생 B군(5)도 아직 어지러움과 복통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는 전날 100여명이 발병했던 안산 식중독 사태의 원인을 냉장고로 지목했다. 하지만 가족들은 아이들의 몸 상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이들 대부분은 여전히 통원치료와 많은 약을 복용하고 있다. 안현미 비상대책위원장은 13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한순간 어른들의 방심이 아이들에게 오랜 시간 무거운 짐을 얹게 했다”며 눈물을 훔쳤다.

C군(6)의 아버지는 “원장이 항상 학부모들에게 ‘유기농 식자재로 친환경 식단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막상 열흘 넘은 식자재로 아이들에게 밥을 먹였던 것을 보고 놀랐다”면서 “아들에게도 ‘잘못한 것이 없다’고밖에 설명해주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C군은 신장 투석을 받은 뒤 혈압약을 먹고 있다.

햄버거병 진단을 받은 D양(7)은 한밤중 잠에서 깨어 소리를 지르고 우는 날이 많다. 아이는 열흘 동안 배에 구멍을 뚫고 투석을 버텨냈다. D양 어머니는 “아직도 ‘나 왜 이래? 의사선생님 불러서 주사 좀 맞게 해줘’라고 말하는 딸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면서 “매일 아이에게 ‘아파도 얘기해도 괜찮아’라고 말한다”며 울먹였다.

부모들은 아이가 언제 나을지 확실히 알 수 없어 답답하다고 했다. 안 위원장은 “병세를 호소한 아이들 대부분이 ‘장기간 관찰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말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유치원 측은 규정을 위반했을 뿐 아니라 사태 직후 증거를 인멸했다. 144시간 동안 보관해야 하는 보존식을 만들지 않은 데다 식재료 거래내역을 허위로 작성했다. 또 역학조사 직전 내부 소독을 한 사실도 추가로 확인됐다. 정부는 원장 등을 감염병 예방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안 위원장은 “정부 발표를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유치원 원장 측이) 치밀하게 움직여 정확한 원인을 밝히지 못했다”면서도 “이번 사태로 일부 변화가 생긴 점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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