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시인이 되는 게 가능한 세상

국민일보

[살며 사랑하며] 시인이 되는 게 가능한 세상

입력 2020-09-09 04:04

습작생 시절, 가장 많이 받은 조언이 혼자가 되라는 것이었다. 가능하다면 빨리 자취 생활을 시작하고 사람을 덜 마주치면서 혼자인 시간을 가득 챙기라는 것이었다. 그 말만 믿고 혼자가 됐더니 정말 시인이 될 수 있었다. 숙명이라는 게 실제로 존재한다면 굳이 혼자가 되지 않았어도 자연스레 시인이 됐겠지만 말이다.

혼자인 삶을 시작할 때 완벽하게 혼자가 되고 싶어서 아무런 연고가 없는 섬에다가 집을 구했었다. 섬에 나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때 외로워서 흘린 눈물을 차곡차곡 모았다면 새로운 바다를 하나 만들어냈을 것이다. 힘들게 얻어낸 고독의 시간을 지금은 세계가 권하며 모두가 실천하고 있다. 모두가 혼자 다닌다. 혼자여야 자연스럽다. 혼자인 사람보다 모여 있는 사람들이 불편해 보인다. 인류 전체가 시인이 되길 희망하고 있는 것일까.

시인은 다수와 겹치는 삶을 살아서는 안 된다. 소수의 삶을 살아낼 때 최고의 작품이 탄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인생을 자꾸만 특이한 방향으로 꼬는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를 예방하기 위해 모두가 택한, 흔해진 혼자인 삶 앞에서 나는 더 구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일과 관련된 연락을 제외하면 아무와도 연락하지 않는다. 웬만해선 휴대전화도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인터넷 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아예 하지 않는 날들도 많다. 그러자 답답해지기는커녕 정신이 맑아지기 시작했다. 사람 때문에 받던 상처로부터도 해방됐다.

대화 상대가 줄어드니 혼잣말이 늘긴 했지만, 머릿속에 불필요한 정보가 사라지니 두통이 사라졌다. 의외지만 눈물도 사라졌다. 행복에 가까워진 것 같은 느낌이다. 혼자인 시간을 짧게라도 제대로 즐기는 인생이야말로 바이러스 ‘예방’을 위해서나 ‘예술’을 위해서나 진정 좋은 선택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원하 시인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