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의 인사이트] 이놈이 죄인입니다

국민일보

[이명희의 인사이트] 이놈이 죄인입니다

입력 2020-09-12 04:01

“거룩하신 주여, 이놈이 죄인입니다. 이놈이 한국교회, 입만 살았다고 떠들고 행위가 죽어버린 한국교회를 만든 장본인입니다. 주여 이것이 설교할 자격이 없는데도 주님이 말씀을 전하라고 비천한 것을 밀어붙였습니다. 겉모양은 요란하지만 내면은 죄악이 쌓여 있는 이 한국교회를 주여 불쌍히 여기시고 성령을 부어주시되 통회하고 자복하는 영을 부어주셔서 이 한국교회를 깨끗하게 하옵소서. 그리하여 이 민족에게 소망을 주게 하시고 이 나라를 바른길로 인도하게 하시고 주의 거룩한 영광이 이 땅에서 경배를 받으시도록 축복해 주시옵소서.”

한국교회가 욕을 먹고 있는 지금의 상황과도 맞아떨어지는 이 기도는 2007년 7월 8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던 한국교회 대부흥 100주년 기념대회에서 고 은보(恩步) 옥한흠 목사가 설교 후 한 것이다. 기념비적인 이날 설교 주제도 회개였다. 세속화된 한국교회의 모습, 깨어 있지 못한 한국교회의 모습에 대해 신랄하게 질타했다. 그가 오늘 살아있었더라면 얼마나 더 통탄했을까 싶다.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이 이렇게 부끄러웠던 때가 있었던가. 아직도 일부 교계 인사들은 방역 때문에 정부가 대면예배를 중단시킨 것에 대해 ‘종교 탄압’이라고 주장하거나 ‘교회를 영업장 취급하지 말라’고 반발하고 있다. 개중에는 대면예배 때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교회 외부에서 감염됐는데도 방역 당국이 싸잡아서 교회발 확진자로 발표해 억울한 교회도 없지 않을 터다. 하지만 대다수 교회와 기독교인들은 교회가 코로나바이러스 재확산의 주범이 된 데 대해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이다. 코로나19가 발발했던 초기만 해도 교회는 코로나로 어려워진 이웃 상인들을 돕는 데 발 벗고 나서고 미자립교회 월세 대납운동을 했다. 일부 목회자는 사례비를 반납하며 고통 분담에 나섰다. 그런데 어쩌다 교회가 코로나 재확산의 온상이 됐을까.

8·15 광화문 집회를 주도한 전광훈 목사와 극우 기독교 세력에만 책임을 돌릴 수도 없다. “우리는 다르다” “교회가 미안합니다”면서 전 목사와 선을 긋는 것만으로 끝날 문제도 아니다. 한국교회는 이미 오래전부터 위기였다. 한국기독청년협의회 등 개신교계 5개 청년단체가 지난 4일 내놓은 성명서처럼 개교회 중심주의와 폐쇄적 의사결정 구조가 쌓아온 불안 요소들 위로 코로나19라는 방아쇠가 당겨졌을 뿐 ‘내 교회’ ‘내 성도’만 생각하게 하는 개교회 중심주의는 ‘내 성공, 내 구원’만 생각하는 신앙인을 양산했다. 맞는 말이다.

코로나는 하나님이 한국교회에 내린 경고다. 예수님은 이 세상에서 가장 낮은 말구유로 오셔서 헐벗고 굶주린 약자들을 돌보셨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그렇지 못했다. 말씀과 예배에 집중하지 않고 세상적인 것들, 물질과 권력에 한눈을 팔았다.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긴커녕 욕망의 바벨탑을 쌓아가면서 성추문과 세습 등으로 오히려 세상의 걱정거리가 됐다. 일제의 총칼 앞에서도 신앙을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버렸던 믿음의 선배들이 오늘날 한국교회 모습을 본다면 가슴을 칠 일이다.

코로나를 계기로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예수님은 예루살렘 성전에 들어가실 때 성전 안에서 장사하는 사람들과 돈 바꾸는 사람들의 상을 둘러엎으시며 “내 집은 기도하는 집이다. 강도의 소굴로 만들지 말라”고 꾸짖으셨다(마태 21장 12~13절). 한국교회가 탐욕에 젖어 성전 안의 장사꾼이 돼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교회는 모이는 건물만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는 모임이라면, 말씀이 있는 곳이라면 그 어느 곳이나 교회다. 하나님은 예배드리는 우리의 중심을 보신다.

이달 열리는 각 교단 총회에서 통렬한 자성과 회개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썩은 곳을 도려내고 묵은 땅을 갈아엎지 않으면 새싹이 돋아나기 힘들다. 그러기 위해선 기독 청년들의 지적대로 중노년의 남성 목회자들이 모여 교회와 교단의 미래를 결정하는 총회부터 달라져야 한다.

종교국 부국장 mheel@kmib.co.kr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