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태어나면 한 번 죽고 영원히 산다

국민일보

두 번 태어나면 한 번 죽고 영원히 산다

태어남에 관하여·결혼에 관하여·죽음에 관하여/팀 켈러 지음/윤종석 옮김/두란노

입력 2020-09-11 00:05 수정 2020-09-14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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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대표작 ‘햄릿’의 주인공 햄릿 왕자는 자살을 시도하려다 마음을 접는다. ‘어느 길손도 갔다가 다시 돌아오지 못한 미답의 나라’로 가는 게 두려워서다. 죽음을 대하는 주된 정서가 ‘두려움’인 건 현대인도 다를 바 없다. 최근엔 죽음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자는 관점도 나왔다. 생명 순환에 따라 인간도 동물처럼 죽으면 땅을 기름지게 한다는 논리다. 내 형체는 사라져도 여전히 우주 일부로 존재하니 나쁘지 않은 결말로 본다.

이 논리가 죽음에 마주한 인간을 진정 위로할 수 있을까. 저자 팀 켈러 뉴욕 리디머교회 설립 목사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아무리 죽음이 인생의 자연스러운 결말이라 외친다 한들, 사람들은 “인간은 나무나 풀 같은 존재가 아니”라고 여긴다. “모래밭에 스러지는 파도처럼 한낱 덧없고 시시한 존재”가 되는 걸 참지 못한다. 그런 면에서 저자는 영국 시인 딜런 토머스의 죽음관이 인간의 본성에 더 가깝다고 본다. 토머스는 죽음을 앞둔 아버지에게 보내는 시에서 “꺼져가는 빛에 맞서 격노하고 또 격노하라”고 했다.

죽음에 관한 한 그리스도인은 햄릿처럼 두려워하거나 생명 순환 체계에 따라 속절없이 사라진다는 논리에 순응할 필요가 없다. 토머스처럼 분노할 순 있지만, 거기에 매몰될 이유도 없다. “그리스도교에는 죽음을 이긴 챔피언”으로 ‘누구도 돌아오지 못한 미답의 나라’에서 돌아온 예수가 있다. 저자는 단언한다. “모든 그리스도인에게는 죽음에 맞서 승리할 능력이 이미 있다.… 신자는 죽든 살든 결과와 무관하게 늘 죽음을 이긴다. 예수 그리스도가 죽음을 이겼기에 이제 죽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우리를 더 행복하고 사랑받는 존재가 되게 하는 것뿐이다.”


‘팀 켈러의 인생 베이직’이란 이름으로 묶여나온 세 책은 죽음과 출생, 결혼에 관한 기독교 인생관을 다룬다. 이들 책은 저자가 2018년 1월 유방암 투병 중 숨진 처제의 장례식 설교에서 출발했다. 죽음이 임박하자 처제는 저자에게 설교를 맡기며 한 가지를 당부한다. “장례식 때 반드시 복음을 전해달라”는 것이었다. 저자의 아내이자 ‘결혼에 관하여’ 공저자인 캐시 켈러는 동생의 부탁이 타당하다고 여겼다. “신기하게도 사람들은 죽음 앞에선 으레 생각이 깊어지기 마련이다. 동생은 자기 장례식에 참석할 사람들이 각자 죽음을 준비하길 원했다.”


저자가 장례식에서 전한 성경적 죽음관은 “충분히 슬퍼하되 깊은 소망을 품는 것”이다. 성경에서 예수는 친구 나사로의 무덤 앞에서 슬피 울며 분노한다. 곧 친구를 다시 살릴 걸 알면서도 그랬다. 분노와 소망, 양극단의 두 감정이 어떻게 조화할 수 있을까. 저자는 비유를 들어 이렇게 답한다. “죽음 앞에 슬퍼하고 격노하는 것은 거대 악에 내보이는 온당한 반응이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에게는 소망이 있어, 고기에 소금을 바르듯 그 소망을 슬픔과 분노에 바를 수 있다.… 슬픔을 소망에 절이면 지혜와 긍휼과 겸손과 애정이 싹튼다.”


출생과 결혼 역시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란 중대한 질문을 스스로 던지게 하는 삶의 주요 사건이다. 인간은 반드시 육체를 입고 한번 태어나지만, 그리스도인은 한 번 더 출생을 경험한다. 영적 탄생, 즉 거듭남이다. 거듭남은 ‘더 나은 사람’이 아닌, 아예 ‘새사람’이 된다는 의미다. 새사람이 되면 이타심 절제 겸손 등 선한 품성이 길러지고, 예수를 힘입어 부활을 기대할 수 있다. 저자는 강조한다. “한 번(육체) 태어나면 두 번(영혼) 죽지만, 두 번 태어나면 한 번 죽는다.” ‘결혼에 관하여’에선 ‘복음 담긴 백년해로 사랑법’을 제시한다. 부부 생활 45년 차인 켈러 부부가 제시하는 해법들은 성경적이지만 동시에 구체적이다.

한국어판 책은 저자가 췌장암 판정을 받은 뒤 출간됐다. 암 투병 중인 저자의 상황을 감안하면, 죽음 출생 결혼을 다룬 이들 책이 더 의미 있게 다가온다. 불확실성을 말하는 세상에 확고한 희망을 전하는 그의 글은 코로나 시대를 사는 모두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지금 한국교회가 우리 사회에 해야 할 역할인 듯싶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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