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신념은 달라… 신념으론 하나님 뜻 이루지 못한다

국민일보

신앙과 신념은 달라… 신념으론 하나님 뜻 이루지 못한다

류응렬 목사의 창세기 산책 <19>

입력 2020-09-11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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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와싱톤중앙장로교회 성가대원들이 지난해 11월 교회 설립 46주년을 맞아 열린 기념 부흥회에서 찬양하고 있다.

야곱을 통해 만나는 하나님

신앙과 신념은 다릅니다. 신앙의 출발점은 하나님이지만 신념의 출발점은 자기 자신입니다. 신앙은 모든 행동의 동기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지만 신념은 자신의 목적입니다. 그리스도인 중에도 신념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야곱의 삶은 신앙이 아니라 신념이 지배하는 삶이었습니다. 하나님을 알고 어느 정도 믿었지만 그의 본질적인 삶을 움직이는 것은 하나님의 영의 지배를 받는 신앙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가는 신념이었습니다. 그의 기반은 하나님과 관계에서 비롯되는 신앙이 아니라 자신의 열정과 의지에서 비롯된 신념이었습니다. 신념으로는 결코 하나님의 뜻을 이루지 못합니다.

밧단아람으로 떠나는 야곱

이삭은 야곱을 불러 밧단아람에 있는 외삼촌 라반의 집으로 보냅니다. 이삭은 이전에 속아서 야곱을 축복했던 것과 달리 진정한 마음으로 그를 축복합니다. 이삭이 야곱을 축복한 것은 아브라함에게 주어진 축복의 연장이었습니다. 야곱을 통해 많은 민족과 땅에 복이 임하길 기도했습니다. 밧단아람까지 홀로 가는 것은 위험하고 한 달이나 걸리는 고단한 여정입니다. 약 800㎞의 먼 거리를 걸어가는 것도 힘겨웠지만 형의 위협으로 인해 쫓겨나는 야곱에게는 심리적인 두려움도 컸을 것입니다. 이런 야곱에게 하나님이 사다리를 통해 내려오셨습니다. 하늘의 하나님이 야곱을 만나기 위해 이 땅에 나타나신 것입니다.

형과 아버지를 속이고 장자권을 빼앗아 달아나는 파렴치한 야곱에게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하신 엄청난 약속을 하십니다. 하나님이 베푸시는 은혜는 사람의 자격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이고 무한한 하나님의 은혜에 기인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일방적이라 함은 아직 야곱이 회개도 하지 않았고 제대로 된 헌신도 하지 않은 상태인데 하나님이 찾아오셨다는 의미입니다.

무한한 하나님의 은혜가 몇 가지로 나타납니다. 하나님은 야곱에게 어떠한 책망이나 요구도 없이 자신이 아브라함의 하나님이라고 선포하십니다. 나아가 현재 야곱의 상태에서 미래에 만들어질 야곱을 약속하십니다. 초라한 그의 현재가 아니라 동서남북을 차지할 미래를 보이시고, 자신뿐 아니라 그의 자손에게도 동일한 약속을 확대하십니다. 아브라함에게서 발견한 것처럼 믿음의 조상을 만들어 가시는 것은 사람의 열심이나 경건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절대적인 열심과 은혜에 달려 있습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하나님의 약속에 야곱도 서원으로 반응합니다. 자신을 보호하시고, 의복과 양식을 책임지시고,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합니다. 하나님이 그렇게 하실 때 비로소 하나님이 자신의 하나님이 될 것이며, 벧엘의 땅이 하나님의 집이 될 것이고, 십일조를 드리겠다고 약속합니다. 야곱의 태도는 참 신앙과 조건적인 신앙의 차이를 잘 보여 줍니다. 하늘의 하나님이 인간이 볼 수 있도록 내려오시고 자격 없는 자에게 일방적인 은혜를 약속하시지만 사람들은 이 은혜에 합당하게 반응하지 않고 여전히 조건을 내세우며 하나님을 시험하려 합니다. 성숙한 신앙인이라면 비참한 자신을 만나 주시고 한마디 책망도 없이 놀라운 복을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와 찬송을 올려 드려야 할 것입니다.

레아와 라헬과 결혼하는 야곱

삼촌 라반의 집에 도착한 야곱은 극진한 환대를 받습니다. 야곱은 우물가에서 만난 라헬에게 한눈에 끌립니다. 라헬을 아내로 얻기 위해 7년을 섬겼지만 그를 사랑하는 까닭에 7년을 며칠로 여겼습니다. 야곱은 자신의 인생이 멋지게 펼쳐진다고 확신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기대는 라반의 철저한 속임수에 허망하게 무너집니다. 결혼 후 첫날밤을 지내고 일어나 보니 곁에 있는 여인은 사랑했던 라헬이 아니라 레아였습니다. 형과 아버지를 속이고 장자권을 쟁취한 야곱이 기만을 당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신앙인에게는 이때가 중요합니다. 하나님은 내가 원하는 것을 제공하고 내게 행복을 주기 위해 존재하는 분이 아닙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향해 살아가는 것, 그것이 행복입니다. 이해하지 못하는 고통이 엄습해올 때 잠잠히 하나님께 나아가서 “내 인생이 어떻게 펼쳐져도 하나님은 나의 주님입니다”라고 고백하는 것, 이것이 우리의 삶을 주권적으로 인도하시는 하나님을 향한 신앙인의 자세입니다.

하나님이 주신 야곱의 아내는 경건한 여인 레아였습니다. 레아가 하나님이 주신 첫 아내이고 레아의 아들 유다를 통해 예수님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하나님을 믿지만 오직 자아의 힘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 모든 것을 자기 생각대로 판단하고 스스로 인생의 주도권을 쥐고 목적을 위해 달려가는 사람, 이런 사람이 야곱입니다. 사랑하는 라헬을 아내로 삼고 레아를 통해 많은 자녀도 얻었고 원했던 물질을 얻었으니 겉으로는 부족한 것이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오직 믿음으로 살아가야 할 하나님의 사람이 자신의 신념대로 아등바등하는 모습을 보면 우리의 마음이 답답해집니다. 모든 것이 잘 풀리는 듯 보여도 속으로는 불안에 떨고 있는 인생, 이런 야곱을 지켜보는 하나님의 마음은 얼마나 안타깝겠습니까. 신앙인은 땅 위의 것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아닙니다. 하늘을 향해 천상의 기쁨과 거룩한 소망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이 신앙인입니다.

(미국 와싱톤중앙장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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