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코로나 눈물’ 서민 등치는 보이스피싱… 법원도 화났다

국민일보

[단독] ‘코로나 눈물’ 서민 등치는 보이스피싱… 법원도 화났다

“저리 대출” “지원금 송금” 사기… 거리두기로 생활고 틈타 기승

입력 2020-09-10 04:07

“○○은행 직원입니다. 코로나19 관련 정부 지원으로 금리 4%로 8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세요.”

A씨는 지난 4월 은행 직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의 전화를 받았다. 이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정부가 저이자 대출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대출을 받으려면 조건이 있다고 했다. 다른 은행의 기존 대출금을 먼저 상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은행에 방문해서 상환하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현금을 준비하면 직원을 보내 회수하고 신규 대출을 실행하겠다”고 설명했다. 속아 넘어간 A씨는 직원을 가장한 현금수거책에게 4200만원을 건넸지만 대출을 받지 못했다.

9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 변민선 부장판사는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에서 현금 수거책 역할을 한 B씨에게 지난달 19일 사기 혐의로 징역 1년4개월을 선고했다. B씨는 이혼 후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던 중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가 수수료 명목으로 받은 범행수익은 100여만원이었다. 변 부장판사는 “피해금액이 크고 대부분 피해 회복이 되지 않은 점 등에 비춰 피고인이 일부 실행행위만 담당했더라도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며 실형을 선고한 이유를 밝혔다.

코로나19 악화에 따라 정부 지원 통장을 만들어준다는 수법도 있었다.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 지난 5월 은행 직원을 가장해 “정부 지원 마이너스통장을 만들어 줄 테니 은행 계좌로 2000만원을 송금하라”며 피해자를 속인 사건이었다. 이들은 신용등급을 올려야 하니 우선 현금을 송금하라고 했다. 피해자들이 보낸 돈을 보이스피싱 조직에 송금한 C씨는 지난 7월 1일 인천지법 부천지원에서 사기 등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국민일보가 확보한 판결문들에 따르면 코로나19 관련 보이스피싱 범행은 지난 3~5월에 주로 발생했다. 정부가 지난 3월 중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작하면서 자영업자 등 서민들의 경제난이 본격화되던 시점이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코로나19 민생안정자금을 서민에게 대환대출하고 있다”거나 “코로나19 대출 상품을 이용하려면 채무기록을 삭제해야 한다”는 식으로 피해자들을 속여 범행을 저질렀다.

코로나19 보이스피싱 사기 사건의 재판은 서울, 부산, 인천, 광주, 울산 등 전국 각급 법원에서 진행 중이다. 대부분 현금 수거책이나 송금책 등 ‘꼬리’만 재판에 넘겨졌고, 총책은 신원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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