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사회보험, 보장 확대보단 지속가능이 우선

국민일보

[시론] 사회보험, 보장 확대보단 지속가능이 우선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IT금융경영학과)

입력 2020-09-15 04:04

2021년도에 적용할 사회보험료가 하나둘 결정되고 있다. 정부는 국민건강 보험료율은 2020년 소득 대비 6.67%에서 6.86%로 2.89% 인상하고, 노인장기요양 보험료율은 0.68%에서 0.79%로 16.0% 올릴 계획이다. 고용보험 역시 지난해 10월 실업급여계정 보험료율을 소득 대비 1.3%에서 1.6%로 23.1% 올렸으나, 올 들어 실업급여 등의 급속한 증가로 재정 위기에 직면해 추가적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장기적 재정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을 포함해 8대 사회보험 중 산재보험을 제외한 7개가 재정 위기에 몰리고 있지만, 정부는 장기적 대안 없이 임시방편적 땜질식 처방 내놓기에도 급급한 모습이다.

사회보험 재정 문제는 특정 정권의 책임은 아니다. 8대 사회보험 재정 문제의 배경에는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위치하고 있다. 2018년 법령 기준으로 급여제도를 고정해 둔다 해도, 2018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7.3%인 사회보험 재정지출이 2065년에는 26.0%로 3.6배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14.3%에서 46.1%로 3.2배 상승하는 노인인구비율이 사회보험 재정지출 증가의 원인을 대부분 설명한다.

국민연금 등 적립기금이 고갈되는 2065년, 당년도 재정지출을 사회보험료로 조달해야 하는 상황을 전제하면, 그때의 미래 국민들은 GDP 대비 26.0%의 사회보험료를 부담해야 한다. 2020년 조세부담률(GDP 대비 19.3%)이 전혀 증가되지 않더라도 합계 국민부담률은 45.3%가 된다. 여기에 GDP 대비 3% 수준으로 늘어날 기초연금 등을 감안하면 사회보험료나 세금으로 감당해야 할 부담이 GDP의 50%에 달하게 된다. 이 같은 초고령화 시대에 지속 가능한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경제·사회 전반의 시스템 개혁이 시급하다.

우리나라 복지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수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향후 30년 후인 2050년에는 노인인구비율이 세계 제1위가 되는 것도 우리가 감당해야 할 미래이다. 이를 인지한 과거 정부에서는 당장의 국민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고 미래 국민을 위한 선택을 했다. 김대중정부에서는 국민연금 1차 개혁, 노무현정부에서는 국민연금 2차 개혁,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는 공무원연금 개혁 등을 추진했다. 반면 문재인정부는 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보장성 확대, 고용보험 급여 수준 제고 등 복지 수준을 빠르게 높이는 정책들을 추진하다 재정 위기를 앞당겨 촉발시키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재정 문제를 방관하는 것도 부족해 이를 국민에게 알리려 하지 않고 오히려 은폐하려 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박근혜정부에서 만들어진 사회보장위원회가 8대 사회보험을 포함한 중장기 사회보장 재정추계를 격년에 한 번씩 계산해 공표토록 법에 정해져 있음에도 해당 전망자료는 그 어디에서도 찾기 어렵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0~2060년 장기재정전망 결과보고서에서도 4대 공적연금 재정전망 일부만 있을 뿐, 당장 재정이 급속히 악화된 건강보험 장기요양보험 고용보험에 대한 재정전망은 완전히 누락시켰다.

이들 보험은 단년도 회계기준으로 운영되므로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강변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 재정전망상으로도 가장 큰 미래 위험을 예고하는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을 배제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당면한 현실과 미래의 재정 위기를 감추면서까지 보장성 확대를 강행하는 것은 무모함을 넘어 미래 세대가 누려야 할 복지의 몫을 갉아먹고, 궁극적으로 제도를 망치게 할 수도 있어 우려된다. 국민에게 인기가 있을지 모르는 사회보험의 보장성 강화도 먼저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난 연후에 해야 할 일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IT금융경영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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