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지방체육회 선수도 노동자”… 고용부, 대대적 인권침해 조사

국민일보

[단독] “지방체육회 선수도 노동자”… 고용부, 대대적 인권침해 조사

장수군체육회 괴롭힘 등 4건 착수… 30개 체육회 근로감독 이달 마무리

입력 2020-09-15 04:02 수정 2020-09-15 10:41

정부가 ‘고(故) 최숙현 선수 사건’을 계기로 지방체육회의 인권침해 사건들에 대한 대대적 조사에 착수한다. 이미 종결한 사건까지 재조사하는 등 사실상 ‘체육회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덕호 고용노동부 근로감독정책단장은 14일 “지방체육회에서 벌어지는 폭행·성추행 등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조사해 노동관계법 위반 여부를 파악할 것”이라며 “체육회 소속 선수들이 법의 보호를 받는 노동자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알리겠다”고 밝혔다.

고용부가 조사에 착수하는 대표 사건은 ①장수군 체육회장의 직장 내 괴롭힘 ②대구시청 핸드볼 감독 성추행 ③부산 강서구청 선수 간 성추행 사실 방치 ④울산 동구 체육회장의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확인됐다.


고용부는 전북 장수군 체육회장 A씨가 소속 직원들을 상대로 성추행과 해고 협박 등 갑질을 일삼았다는 진정서를 접수하고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체육회 직원들은 A씨의 갑질과 해고 협박·성희롱 등으로 괴로움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회식 자리에서 여직원 손을 강제로 잡거나 어깨동무를 하고 심지어 자기 아들과 만남까지 요구하는 등 우월적 지위를 악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일로 피해를 호소한 여직원은 입사 한 달 만에 퇴사했다.

대구시청 여자 핸드볼팀 성추행 사건도 조사한다. 핸드볼팀 감독 B씨와 코치 C씨가 조사 대상이다. 이들은 올 상반기 수차례 회식 자리에서 선수들에게 술자리 참석을 강요했고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감독 B씨는 선수 귀에 바람을 불어넣고 입맞춤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체 일부와 속옷을 만지는 등 성추행한 의혹도 있다. 대구시 체육회는 B씨와 C씨를 해임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고용부는 노동관계법 위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할 방침이다.

고용부는 부산시 체육회가 성추행 사건을 알고도 방치한 사실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인다. 부산시 강서구청 카누팀 소속 D씨는 지난해 5월부터 석 달 동안 팀 동료인 국가대표 출신 선수 2명으로부터 상습 폭행과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감독에게 알리며 관련자 조사와 처벌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부산시 체육회는 카누팀 감독의 축소 보고를 탓하며 1년여간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부는 이 사건에 대해서도 진상조사를 하기로 했다.

이미 한 차례 종결한 사건에 대한 재조사도 결정했다. 고용부는 지난 5월 울산 동구 체육회장이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갑질을 지속했다는 진정서를 접수하고 2개월간 조사했다. 조사 후 진정 내용을 사실로 결론짓고 체육회에 시정조치와 과태료 300만원 부과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김 단장은 “울산 동구 체육회 건은 직장 내 괴롭힘 외에 추가로 노동관계법 위반이 있을 것으로 보여 조사를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달 말까지 30개 체육회 근로감독도 마무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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