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시험가동 중 중대 균열… 400억짜리 소화조 다시 지을 판

국민일보

[단독] 시험가동 중 중대 균열… 400억짜리 소화조 다시 지을 판

부산 녹산하수처리장 부실 파문

입력 2020-09-15 04:03 수정 2020-09-15 04:03
부실 시공으로 심각한 하자가 발생해 철거될 처지에 놓인 부산 강서구 녹산하수처리장 소화조 모습. 부산시는 이 소화조 건설에 혈세 400억원 이상을 투입했다. 부산시 제공

혈세 400여억원이 투입된 부산시 녹산하수처리장 소화조 건설이 부실로 얼룩졌다. 건설을 마치고 시험가동에 돌입했던 소화조에 심각한 하자가 발생하는 바람에 소화조 전체를 철거한 뒤 재시공하는 방안까지 검토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시공사의 부실 공사뿐 아니라 애당초 설계마저 잘못됐다는 추정이 나오는 지경이다.

이대로 소화조가 철거될 경우 잔재물 매몰 비용만 200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여 엄청난 혈세가 고스란히 낭비될 지경에 놓인 셈이다.

14일 부산시 등에 따르면 금호산업 등이 시공한 녹산하수 소화조가 시험가동 중 콘크리트 내부 벽체에 큰 균열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부산시는 강서구 송정동에 위치한 부산환경공단 녹산사업소 내에 슬러지(하수·폐수 찌꺼기) 처리시설을 설치하기로 하고 국비 96억원, 시비 313억원 등 총 409억원을 들여 소화조 4동과 교반 가온설비, 부대시설 등을 건설하는 사업을 진행해 왔다. 사업은 내년 말 완공을 목표로 2015년 1월 시작했으며, 총 공정률은 현재 97.84%다. 녹산 하수·폐수처리장 건설 사업은 금호산업 컨소시엄(금호산업·한진중공업·동아지질·환경시설관리)이 시행 주관사로,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 방식으로 진행됐다. 설계사로는 도화엔지니어링, 경화엔지니어링, 하나기술단이 참여했다.

소화조 균열은 올해 초 시험 운행을 위해 담수를 채우면서 발생했다. 발주처인 부산시와 시공사, 시행사 등은 최근까지 여러 차례 기술·대책회의를 진행했지만 균열 원인조차 제대로 찾지 못했다.

시공사 측은 이를 보강하기 위해 소화조 외부 벽면을 강연선PT로 둘러 보강하고, 내부 벽체에 에폭시 등으로 방수공사를 하겠다고 제안했다. 벽체 누수 발생 문제를 최소비용으로 보강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부산시는 ‘녹산하수 소화조 균열 발생에 따른 자문위원회’를 열어 설계 부실이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회의에 참석했던 자문위원은 균열 원인이 “구조 계산을 잘못해 원환응력을 담당하는 주철근 설계를 빼먹었다는 추정이 결론이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위원도 “설계 당시 원주 방향에 대한 단면력 검토를 빠뜨렸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반면 설계사는 시공사의 부실 시공을 의심하고 있다. 설계사와 시공사 간에 책임 공방까지 오가면서 분쟁마저 우려된다. 발주처인 부산시의 관리 부실 또한 가볍지 않아 추후 법적 공방도 예상된다.

부산시 건설기술 심의위원회에서도 시공사 측이 제시한 보강공법 역시 구조물 성능을 계획대로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내부 시공 에폭시는 온도에 따른 수축과 팽창이 심해 부분 방수를 시행할 경우 하자가 많이 발생하므로 신중한 검토를 주문했다.

시는 시공한 소화조를 모두 철거한 뒤 재시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설물의 100% 성능 보증을 위해선 보강 제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설계에서부터 시공까지 모든 것을 진행하는 턴키 입찰로 진행돼 부산시가 발주처라도 재시공을 명령할 수 없다.

하수 슬러지는 과거 동해 먼바다에 투기하는 방식으로 처리해 왔지만, 관련 법 개정으로 해양 투기가 전면 금지됐다. 그동안 슬러지는 매립이나 소각 처리를 해왔다. 소화조는 슬러지가 쌓인 고농도 폐수를 제거하기 위해 40도의 온도로 40일간 저장하는 일종의 물탱크 역할을 한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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