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디지털교도소에 면죄부 준 방심위… 피해자 안중에 없나

국민일보

[사설] 디지털교도소에 면죄부 준 방심위… 피해자 안중에 없나

입력 2020-09-16 04:02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사적 제재 논란을 불러일으킨 디지털교도소 사이트에 대한 접속을 차단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디지털교도소 사이트를 차단해 달라는 경찰청 등의 민원에 방심위 통신심사소위원회는 ‘해당 없음’으로 답했다. 이 사이트의 명예훼손, 아동·청소년 성보호, 개인정보보호법 등의 위반 정도가 개인정보 행위규범을 규정한 법률 취지나 적용 사례를 감안할 때 접속을 차단할 수준이 아니다는 이유다. 다만 불법성이 확인된 일부 명예훼손 및 성범죄자 신상 정보만 접속을 차단시켰다.

이 사이트에 순기능이 없는 건 아니다. 특히 성범죄자 처벌에 지나치게 관대한 검찰과 사법부에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효과를 거뒀다. 그러나 충분한 검증 절차 없이 성범죄와 무관한 사람의 신상을 공개하고, 그로 인해 생명이 희생되는 일까지 발생하는 등 역기능과 부작용이 사회적 용인 범위를 넘어섰다. 열 사람의 범인을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한 사람의 죄 없는 범인을 만들어선 안 된다는 경구가 무색하다.

피해가 잇따라 발생하는데 디지털교도소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 앞으로도 책임질 생각이 없다면 디지털교도소 스스로 사이트를 폐쇄하는 게 옳다. 디지털교도소 1기 운영진은 인터폴 적색수배 대상이다. 사이트 운영에 범죄 혐의가 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2기 운영진이 나서 계속 사이트를 운영하겠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더더욱 이해할 수 없는 건 경찰청 민원마저 묵살하며 이런 사이트에 면죄부를 내준 방심위의 행태다. 방심위는 디지털교도소에서 유통되는 법률 위반 정보를 집중 모니터링해 민원 신청 시 신속하게 심의하겠다고 했으나 사후약방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무고한 피해자가 사이트에 일단 노출되면 피해를 회복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디지털교도소는 사법부의 솜방망이 처벌 관행을 사이트 운영의 가장 큰 명분으로 내세웠다. 이제 잘못된 그 관행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 범죄의 권고형량을 대폭 높이기로 한 대법원 양형위원회 결정에 따라 개선될 길이 열렸다. 그런 만큼 사이트를 개설한 목적이 사적 제재에 있지 않다면 성범죄자 응징은 국가에 맡겨야 한다.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