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야금야금 1억… 검찰이 밝힌 윤미향 적립식 횡령

국민일보

10년간 야금야금 1억… 검찰이 밝힌 윤미향 적립식 횡령

정의연을 사조직 여겨 발생 지적도

입력 2020-09-16 00:03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국회 본회의에서 동료 의원과 대화하며 웃고 있다. 전날 업무상 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 의원은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해 향후 재판에서 치열한 법정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국회사진기자단

검찰이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에게 적용한 업무상 횡령 혐의는 장기간 지속적으로 반복돼 왔다. 마치 가랑비에 옷 젖듯 소액의 횡령이 계속 쌓이면서 전체 횡령 금액이 1억원까지 불어나게 됐다는 게 검찰 수사 결과다. 자신의 시민운동 활동 경력 전부를 쏟아부어 성장시킨 정의연을 사조직처럼 여겼기에 발생한 문제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5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최지석)는 지난 5월 정의연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직후부터 정의연과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의 사업비가 애초 목적대로 사용됐는지 검증하는 작업에 주력했다. 각종 거래 내역을 영수증 하나하나까지 챙겨가며 검증하다보니 들여다봐야 할 자료 자체가 광범위했고, 결론을 내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사용처를 확인해나가던 검찰은 정의연이 지원·기부 받은 사업비 중 일부가 윤 의원 개인 용도로 꾸준히 빠져나간 점에 주목했다.

검찰 관계자는 “통상의 횡령 범죄처럼 돈이 뭉텅이로 빠져나가는 식이 아니라 소액으로 조금씩 매우 장기간 빠져나가는 형태였다”고 설명했다. 실제 검찰 수사 결과 발표 자료에 따르면 1억35만원에 달하는 횡령액은 2011년 1월부터 2020년 5월까지 약 10년에 걸쳐 꾸준히 사적으로 유용됐다.

횡령액 대부분은 윤 의원 개인 식비 등 극히 일상적 용도로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부 횡령액에 대해서는 윤 의원 측이 어디에 썼는지 제대로 소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횡령액이 1억원을 넘어서면서 수사팀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도 고심했다. 그러나 국회 회기가 진행 중인 점과 대법원 양형 기준 등을 고려해 불구속 기소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윤 의원은 검찰 수사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윤 의원은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 직후 낸 입장문에서 “모금된 금원은 모두 공적인 용도로 사용됐고, 개인이 사적으로 유용한 바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따라 향후 진행될 재판에서 윤 의원 측은 검찰이 제시하는 사적 유용 사례들이 실제로는 공적 사업과 관련돼 있다는 점을 입증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비록 처벌 규정 공백으로 공소장에 담지는 못했지만 정의연을 비롯한 공익 법인들의 부실한 회계공시 관행을 지적하는 데에도 공을 들였다.

서울서부지검 관계자는 “윤 의원 개인의 비위만큼이나 이 사태에서 중요한 테마였는데, 공시가 말도 안 될 정도로 엉망이었다”고 했다. 공시 의무만 있을 뿐 아무런 처벌 규정이 없다보니 애초 제도가 충실히 운영될 수 없게 설계돼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제대로 하지 않아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 말하자면 ‘재미없는 숙제’처럼 받아들여지는 듯했다”고 말했다.

정의연은 이날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해 “회계부정 의혹은 대부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판명됐다”는 입장을 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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