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너무나 참혹”… 가방 감금 살해 의붓모 징역 22년

국민일보

“범행 너무나 참혹”… 가방 감금 살해 의붓모 징역 22년

판사까지 울먹… 법원, 살인 혐의 40대에 중형 선고

입력 2020-09-17 04:02
의붓아들을 여행용 가방에 가둬 심정지 상태에 이르게 한 의붓어머니가 지난 6월 영장 실질심사를 위해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피해자는 어린아이였습니다. 유족과 선생님, 이웃 주민이 기억하는 아이는 밝고 명랑했습니다.”

15일 오후 동거남의 9살 아들을 여행용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비정의 계모에 대한 선고공판이 열린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1부 법정. 선고를 내리던 채대원 부장판사의 목소리가 떨렸다. 말을 멈춘 채 판사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짧은 침묵이 이어졌다. 조용하던 법정 곳곳에서 울음 소리가 들렸다.

“경찰관이 꿈이라던 아이는 학교에서 점차 말수가 줄고 얼굴에 그늘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피고인을 엄마라 부르고 마지막까지 자신을 구해 달라고 외쳤습니다. 참혹한 결과를 막을 기회도 몇 번이나 있었습니다.”

재판부는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41)에게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A씨는 충남 천안시의 한 아파트에서 동거남의 아들 B군을 가로 50㎝·세로 71.5㎝·폭 29㎝ 크기의 여행용 가방에 3시간 정도 가둔 뒤 다시 더 작은 크기의 가방에 4시간가량 가둬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다.

재판부는 검찰이 A씨를 기소할 때 적용한 살인죄를 그대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가 첫 번째 가방에 불편한 자세로 들어가 있음을 알면서도 (친구를 만나러) 외출을 했다. 첫 번째 가방에서 나온 피해자가 땀과 소변 범벅이었는데도 두 번째 가방에 다시 가뒀다”며 “성인이 플라스틱 재질의 가방 위에 올라가 뛴 행동은 객관적으로 봐도 생명에 위협을 가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또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가방 속 산소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도 진술했다”고 덧붙였다.

가방 위에서 뛰지 않았다는 피고인 주장에 대해서도 “현장을 목격한 피고인의 친자녀들조차 피고인이 뛴 것을 봤고, 자신들도 가방 위에 올라가도록 한 뒤 번갈아 뛰게 했다고 한다. 드라이기를 작동해 가방 안으로 바람을 불어넣었다고도 했다”며 반박했다. 재판부는 A씨가 B군을 자신의 가정을 파괴하는 사람으로 인식했다고 판시했다. B군을 학대한 일 때문에 B군 친부와 자주 다투며 가정에 균열이 생겼다고 여겼다는 것이다.

특히 재판부는 “범행수법이 극히 잔인하고 어떠한 연민조차 찾아볼 수 없다”며 “다수 제출한 반성문에서조차 아이가 잘못해 훈육하기 위한 행동이었다는 변명만 했다. 진정으로 반성하고 참회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재판부는 “피해자 유족들은 아이를 구해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빠져 있다. 피고인은 친자녀들까지 범행에 가담시켜 씻을 수 없는 죄책감을 갖게 했다”고 못박았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공혜정 대표는 재판 종료 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건의 끔찍함에 비춰보면 더한 엄벌에 처했어야 한다”며 “아동학대 살인은 범행 기간이 더욱 길고 잔혹하다. 일반 양형기준이 아닌 더 높은 양형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천안=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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