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 민주당의 입… 잇단 ‘오버발언’ 다섯가지 이유

국민일보

아슬아슬 민주당의 입… 잇단 ‘오버발언’ 다섯가지 이유

당내 조율기능 부재에 “나만 튀면 된다” 단독 플레이 기승

입력 2020-09-18 00:03

더불어민주당의 입이 위험하다. 최근 국민적 주목을 받고 있는 여러 의혹에 대한 발언이 경계수위에 달하고 있다. 군 복무 중 특혜 휴가 의혹을 받고 있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27)씨를 안중근 의사에 빗대거나 원내 지도부를 지낸 인사가 국회 국방위원회 도중 야당 의원을 ‘쿠데타 세력’으로 비아냥거리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군 휴가를 카카오톡 메신저로 연장할 수 있다는, 일반적인 국민 감정과 동떨어진 발언도 잇따르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윤미향 의원,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지는 여러 의혹의 중대성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비이성적인 자기합리화 발언이 쏟아졌다는 평가다. 민주당의 이 같은 기류는 다른 목소리의 부재, 실종된 당내 계파 간 토론, 견제하기엔 너무나 약한 야당, 나만 튀면 된다는 단독 플레이 심화, 여태껏 가져보지 못했던 초거대 정당이라는 5가지 사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책임 지지 않고, 다른 목소리 불이익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민주당 의원이 국민 정서를 외면한 발언으로 당내에서 경고 등 질책을 받은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 2월 당시 홍익표 수석대변인이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됐던 대구 경북(TK)에 ‘봉쇄 조치’를 언급했다가 직을 사퇴한 게 사실상 유일하다. 이마저도 정치적 요충지인 TK의 민심을 자극한 데 대한 후속조치에 가까웠다.

그 사이 민주당에서는 국민적 반감을 자극하는 발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추 장관 아들 의혹에 대해 “(제보자의) 언행을 보면 도저히 단독범이라고 할 수 없다(황희 의원)”며 내부고발자를 범죄자로 몰아가기도 했다. 윤 의원 사건에서는 소병훈 송영길 의원이 비판하는 사람들을 ‘친일 세력’ ‘신친일파’로 호도했다. 조 전 장관 사건을 두고 김종민 최고위원은 조 전 장관 딸이 참여한 인턴십 제도를 “누구한테나 열려있진 않지만 특별한 건 아니다”며 서민들의 박탈감을 자극했다. 조 전 장관에게 불리한 발언을 한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을 태극기 부대로 몰아갔고 “애국자는 조국을 수호하고, 매국노는 조국을 싫어한다(김경협 의원)” 등의 거친 언사도 쏟아졌다. 진지한 성찰과 합리적 토론보다는 내편 지키기에만 매몰된 발언들이라는 평가다.

반면 다른 목소리를 내던 의원들은 대부분 열성 지지층의 맹렬한 비판에 무방비로 노출됐다.

추 장관 아들 관련 의혹에 대해 “군대 다녀온 평범한 청년들이 갖는 허탈함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한 박용진 의원의 소셜미디어에는 17일 “배신자” “비열한 인간” “탈당하라” 등의 댓글이 쏟아졌다.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던 금태섭 김해영 전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유권자의 선택이지만 당이 그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당내 다른 목소리를 내려는 인사는 당의 어떤 보호 조치도 없이 열성 지지층의 비판 앞에 무방비로 나설 것을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사라진 계파, 토론 공간이 사라졌다

176석의 거대 정당을 이뤘지만 별다른 내부 계파가 없는 점도 의원들의 일방통행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교동계는 20대 총선을 앞둔 2016년 반문 깃발을 들고 대부분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으로 이동했다.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과 안희정 전 충남지사, 이재명 경기지사, 박원순 전 서울시장 그룹으로 분화됐다. 여기에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와 정세균계도 건재했다.

하지만 지금 민주당 내에는 이 같은 계파 활동이 사라진 상태다. 안 전 지사는 몰락했고, 박원순계는 좌장을 잃었다. 이재명계는 당내 지분이 많지 않다. 민평련은 유은혜 사회부총리, 이인영 통일부 장관 등이 내각으로 흡수되면서 당내에서 충분히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당내 계파는 갈등만 유발하는 게 아니라 건전한 토론과 정책 조율의 기능을 한다”며 “지금은 주류와 다른 목소리를 내더라도 특정 계파가 보호해주거나 지원하는 활동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 인사도 “여러 의원이 정치색과 지향에 따라 모여 토론하고, 의견을 조율해 지도부에 건의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문화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아쉬워했다. 이런 현상은 주류 친문 진영만 바라보는 의원들을 양산하는 경향을 낳고 있다.

너무나 약한 야권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야권이 허약한 것도 민주당 의원들의 소영웅심을 자극하고 있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총선을 치르면서 보니까 상대가 너무 약하다”며 “32년간 선거를 스무 번 넘게 치렀는데 이번처럼 편한 적이 없었다”고 혹평했다. 그는 “전략도 없고, 자세도 없고, 공천은 몇 번씩 뒤집어 ‘호떡 공천’ 소리를 듣고 있다”고 비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정부 질문이나 국회 상임위 활동에서 국민을 의식하기보다는 야당을 제압하는 데만 혈안이 된 모습이 목격된다. 한 친문 의원은 “국민 중심의 발언, 국민의 정서를 감안한 발언을 해야 하는데 야당만 겨냥해 발언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그러다 선을 넘고 역풍을 맞는 그림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상대가 약하니 말실수 정도로는 당 지지율에 큰 변화가 생기지 않는 것도 민주당의 강성 발언을 부르는 한 요인이다. 다른 중진 의원은 “솔직히 오만한 발언들이 없었던 건 아니다. 의원들이 스스로 태도를 돌아봐야 할 때”라고 털어놓았다.

늘어나는 단독 플레이

굳건한 지지층, 힘 없는 야당이라는 정치 지형은 의원 개인의 단독 플레이를 유혹하고 있다. 낙관적 지지율 속에서 충성 경쟁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지난 총선에서 친문 지지층의 결집으로 승리한 지역구 의원을 상당수 목도하면서 당내에선 ‘일단 튀어야 한다’는 기류가 퍼진다는 시각도 있다.

윤 실장은 “갈등을 조율하고 당 주류와 달라도 옳은 소리라면 보호해주던 계파 중진 의원들이 없어지면서 다들 단독 플레이만 한다”며 “그러다 지지층에게 찍히면 ‘댓글 부대’가 매도하는 절차가 반복되면서 결과적으로 민주당은 실수에 책임을 묻기가 매우 어려운 구조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구조가 야권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강박감으로 이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한 재선 의원은 “일부 의원들은 원내에서 민주당이 물리적으로(수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확신하는 것 같다”며 “세세하게 정책 설계를 하지 않아도 우린 언제든 해낼 수 있다는 식으로 다그치기만 하는 분위기가 일부 있다”고 전했다.

차기 대선이 1년 반 앞으로 다가오면서 친문 지지층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유산을 외면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이유도 있다. 차기 대선 주자들이 당 주류에 대립각을 세우지 못하는 이유다. 숙원 사업이었던 진보 지지층의 ‘세력화’를 위해서는 이런 부작용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도 있다. 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태에서도 친박이 보여줬던 막강한 힘에 대한 추동 움직임이다.

가져본 적 없는 거대 정당

176석 초거대 정당을 운영해본 적이 없다는 점도 실수가 거듭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이낙연 대표의 한 측근은 “주류, 비주류 문제와는 별도로 176명에 달하는 의원이 한순간에 집단의식을 갖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그래서 자꾸 개인적인 인식이 분출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우리는 한 번도 이런 거대 정당을 가져본 적 없고, 그러다보니 당을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되지 않았다”며 “당장 구심력이 없는 상황이어서 당분간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 대표는 지난 9일 최고위원회에서 윤영찬 의원의 카카오 호출 사건을 언급하며 “몇몇 의원께서 국민들께 걱정을 드리는 언동을 하는 것도 사실”이라며 주의를 줬다. 그러나 그 이후 추 장관 아들 의혹을 두고 ‘카카오톡 휴가 연장 가능’(김태년 원내대표), ‘쿠데타 세력의 국회 공작’(홍영표 전 원내대표), ‘안중근 의사의 뜻을 몸소 실천한 것’(박성준 원내대변인) 등의 발언이 쏟아져 나왔다.

김성수 한양대 교수는 “지난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했지만 지역구별 득표율을 보면 2% 포인트 안팎의 득표율 차로 당락이 결정된 경우가 상당히 많다”며 “코로나19로 인한 재난적 상황이 아니었다면 민주당이 그렇게 많은 의석을 가져갈 수 있었을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준구 박재현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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