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 5·24 조치의 실효성 논란

국민일보

[한반도포커스] 5·24 조치의 실효성 논란

박종철 (경상대 교수·사회교육과)

입력 2020-09-21 04:04

2020년 5월 20일 통일부 대변인은 5·24조치가 유연화와 예외 조치를 거치며 실효성이 상당 부분 상실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남북 간 교류협력을 추진하는 데 장애가 되는 것이 아니며 정부는 남북 관계의 공간을 확대하고….” 조치 이후 이명박정부의 7대 종단 방북(2011)을 허용한 유연화가 실시되었고, 박근혜정부의 나선·하산 물류사업 예외 인정(2013)과 광복 70주년 민간교류 추진 관련 정부 입장 발표(2015)가 있었다. 또 문재인정부의 평창올림픽 당시 만경봉호 입항 허용이라는 예외 조치가 실시됐다.

5·24조치의 행정지시 서면 원본은 언론에 보도된 적 없고 대국민 성명 형식으로 발표되었다.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공포되는 대통령령과는 다른 행정명령이라는 예외적 형식으로 당시 상당한 논쟁이 됐다. 이명박정부는 비핵3000의 대북 경제협력을 비밀외교와 특사 교환을 통해 진행하면서 민간기업들의 대북 교류는 묶어두고 정부 독점으로 북한에 읍소한다는 비아냥도 있었다. 심지어 이런 이중적 태도와 대북 현금 제공과 관련해 북측은 남북 비밀회담을 폭로하는 일까지 있었다.

문재인정부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추진하며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재개, 도로·철도 연결, 산림협력의 4대 분야를 포함한 다양한 협력 사업을 약속했다. 그러나 2018년 12월 철도·도로 현대화 착공식을 했지만 그 다음달인 2019년 1월 타미플루를 실은 한국 트럭이 군사분계선을 넘지 못했다.

현재 9·19군사합의를 제외한 대부분의 협력 사업은 시작되지 않았고 북한은 전단지 살포 등을 이유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마저 폭파했다. 북측은 남북 협력이 잘 안 되는 이유를 외부에 원인이 있는 것처럼 설명하는 남측 정부를 지속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북측은 남측의 의지만으로 약속 이행이 가능한 분야도 잘 지키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측은 2018년 5월 남측의 대북 쌀 지원(5만t) 때도 이를 비판하며 정부의 실천 의지를 지적했다. 남북 정상의 4대 합의사항도 실천하지 않고, 타미플루도 DMZ를 넘지 못하는데 왜 새로운 제안을 하느냐는 태도였다. 이후 정부는 제재와 화해 협력이라는 상호 모순된 정책 목표 속에서 혼란스러운 상황을 연출했다.

물론 남북 관계 교착의 원인으로 미국 매파의 협상 태도와 북한 지도부의 고집스러운 태도, 민생까지 포괄하는 유엔 제재결의안 문제도 있다. 그러나 정부의 남북 정상 합의의 실천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 자문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5·24조치에 대해 보수·진보 간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사안을 비켜갈 수 있도록 해법을 마련했다는 얘기도 있다.

관료들의 어중간한 문제 해결 방식은 어느 정도 이해는 되지만 만약 보수 정권으로 교체가 된다면 대립의 불씨를 남겨두는 것이다. 남북 관계를 둘러싼 다양한 쟁점과 관련된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해 지지파도 반대파도 모두 불만족해 한다. 현 정부의 남북 관계 담당 관료에 대한 통제 능력에 의심이 들기도 한다. 일부 시민단체와 기업인들은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기도 하고, 어떤 민간단체는 정권 교체가 된다면 통치행위로서의 5·24조치 위반을 어떻게 처리하겠느냐고 반문한다.

우리나라는 성문법 국가이고, 공안 당국은 당연히 실정법 위반에 대해 조사할 수 있다. 회색지대가 많은 남북 교류에서 지금까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의 억울한 사례가 수없이 많았었다. 5·24조치의 실효성 상실이라는 애매한 태도를 넘어서 정부는 남북 정상의 합의 실천을 위한 근본적 고민을 할 때가 됐다.

박종철 (경상대 교수·사회교육과)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