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근로감독권 공유로 사각지대 줄여야

국민일보

[기고] 근로감독권 공유로 사각지대 줄여야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

입력 2020-09-22 04:02

‘행복은 나눌수록 커지잖아요.’

아카데미상 4관왕에 빛나는 영화 ‘기생충’의 포스터에 담긴 말이다. ‘기생충’은 세 가족의 비극적인 공존을 이야기한다. 쥐고 있는 쪽도, 취하려는 쪽도 서로를 배격하며 결국엔 비극으로 향한다. ‘기생충’을 지배하고 있는 쟁취 목표는 사익이다. 그런데 그 목표를 공익으로 바꾸면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까.

노동 현장으로 눈을 돌려보자. 대한민국 역사에서 노동 문제는 언제나 미완의 숙제였다. 특히 개발독재 시대의 경제 발전은 노동자의 피와 땀으로 이뤄졌지만 노동자에게 마땅한 대가 따윈 주어지지 않았다. 전태일 열사가 서울 평화시장에서 삶을 달리한 이후 그나마 노동자의 삶에 우리 사회가 눈을 돌리기 시작했지만, 그 걸음의 속도는 결코 빠르지 못했다.

지난 4월 우리는 경기도 이천 화재 참사에서 또 다른 노동자의 죽음을 확인했다. 시간과 돈 문제를 이유로 33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대한민국 노동권의 가슴 아픈 현주소다. 매년 우리나라에서 1000명에 가까운 노동자가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그 가운데 3분의 1이 추락으로 인한 사고다. 추락은 사실 어느 정도의 안전장치로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다. 다시 말해 이러한 통계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는 환경에 많은 노동자가 내몰리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최근 경기도는 중앙정부에 근로감독권 공유를 제안했다. 중앙정부의 감독 기능을 지방정부 역시 공유해 각 지자체가 중앙정부의 근로감독 사각지대를 메워가자는 제안이다. 물론 무언가를 나눈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 목적이 ‘사익’이 아닌 ‘공익’이라면 생각은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또 지키려는 것이 ‘욕심’이 아닌 ‘생명’일 경우 그 방향은 달라져야 한다.

‘기생충’은 결국 서로 나누지 못해 비극으로 결말을 맺는다. 그 이야기를 구성하는 주요 인물들의 목적은 사익이었고, 그걸 지키려 했다. 계속되는 노동자의 비극 앞에서 우리나라 근로감독권은 어떨까. 그 목적은 ‘공익’이며, 지키려는 것은 ‘생명’이다. 대한민국의 근로감독관은 그 수가 2500명 남짓이다. 47개 지방관서 중 필요한 정원을 채운 곳이 단 1곳도 없다. 눈이 비는 만큼 노동안전 사각지대는 늘어나기 마련이다. 반대로 눈이 늘어나면 노동안전 사각지대는 줄어든다.

중앙정부 감독 기능과 제도의 틀을 유지한 채 지방정부가 일손을 돕게 한다면 그만한 제도 강화 효과도 없다고 본다. 앞서 ‘행복은 나눌수록 커진다’고 했다. 그 맥락에서 노동자의 행복을 지키는 권한 역시 결을 같이한다고 본다. 근로감독권이 지방정부와 공유되길 바란다. 그렇게 나누어진 권한이 노동자의 삶과 생명을 보장하는 더 많은 눈이 되길, 그리고 그 권한이 또 다른 이천 화재 참사를 막아낼 더 많은 방패가 되길 기대한다.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