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벨기에 공주

국민일보

[한마당] 벨기에 공주

한승주 논설위원

입력 2020-09-22 04:05

벨기에의 정식 명칭은 벨기에 왕국이다. 북쪽은 네덜란드, 동쪽은 독일, 남쪽은 룩셈부르크, 서쪽은 프랑스와 접해 있다. 면적은 3만여㎢로 우리나라 경상도와 비슷하고 인구는 서울보다 조금 더 많은 1158만명이다. 영국과 일본처럼 국왕을 형식적 국가원수로 하는 입헌군주국이다. 벨기에는 맏아들이 왕위를 물려받는 전통이 있었지만 1991년 이를 폐지했다. 첫째가 성별에 관련 없이 왕위에 오르게 된다. 필리프 국왕에게는 2남2녀가 있는데 첫째인 엘리자베스 테레즈 마리 엘렌(19) 공주가 벨기에 왕위 계승 서열 1위다.

최근 엘리자베스 공주의 사진 몇 장이 화제가 됐다. 드레스에 구두 대신 군복에 군화 차림으로 진흙탕에서 포복하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완전군장한 채 행군을 하고 사격훈련도 받았다. 공주가 왕립 육군사관학교 신입생 160여명과 함께 4주짜리 기초 군사훈련을 받는 모습이다. 육사에서 군사훈련을 받는 것은 왕실의 전통이지만 공주가 간 건 처음이다. 엘리자베스는 차기 여왕이 되면 군 최고사령관 직위를 부여받게 되는데, 군대의 중요성을 이해하기 위해 1년 동안 교육을 자원한 것이다. 신입생 감독관은 “우리는 공주를 다른 학생들과 똑같이 대한다”고 말했다. 다른 학생들처럼 이름 대신 성으로 불리며, 훈련이나 배식, 청소도 동기생과 똑같이 한다. 경호원이 한 명 있긴 하지만 눈에 안 띄게 지키고 있다고 한다.

벨기에 공주가 한국에서 새삼 조명을 받은 것은 최근 정치권을 뜨겁게 달군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복무와 대비되기 때문이다. 추 장관의 아들은 카투사 복무 기간 중 휴가 연장 과정에서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여당 대표였던 ‘엄마 찬스’를 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검찰 조사로 밝혀지겠지만 공정을 중시하는 청년세대가 느낀 허탈감과 상실감이 크다. 군사훈련을 받는 공주가 동기생과 똑같은 대접을 받는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유럽 먼 나라 공주의 얘기가 우리나라의 특혜 의혹과 대비돼 거론되는 현실이 씁쓸하다.

한승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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