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산다] 코로나가 한다, 제주 관광 구조조정

국민일보

[제주에 산다] 코로나가 한다, 제주 관광 구조조정

박두호 (전 언론인)

입력 2020-09-26 04:06

제주시 연동은 서울의 명동에 해당한다. 신제주가 개발되며 호텔, 음식점 등 관광서비스 시설이 밀집했다. 특히 그랜드호텔사거리에서 삼무공원사거리까지 약 450m 거리에는 고만고만한 브랜드 의류점이 다 들어 있는 핫플레이스다. 코로나19의 고통을 심하게 겪고 있던 지난 6월 이 거리는 다섯 집 건너 한 집씩 문을 닫거나 간판을 바꾼 다른 점포가 공사를 하고 있었다. 지난주 갔을 때 새 점포로의 교체는 어느 정도 마친 듯했고 임대표시가 된 빈 점포가 아직 곳곳에 눈에 띈다. 경쟁력 있는 자만 살아남는다.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민속마을은 조선시대 이후 500여년간 현청이 있던 곳이다. 읍성이 있고 동헌, 향교, 객사가 있다. 성안 마을과 인근 마을이 모두 초가로 복원됐다. 과거 단체관광객 버스가 한 번씩 들러 가던 코스였다. 성읍마을 부근에는 주차장이 큰 식당이 여러 곳 있다. 관광버스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지금은 대부분 문을 닫아 유령의 집이 되고 있다. 이곳 식당의 사양길은 2016년 사드 배치 이후 중국 관광객 발길이 끊기며 시작됐다. 코로나19 이후 관광버스는 오지 않는다.

제주도 국내 관광객 수는 최근 회복 추세다. 제주도관광협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만 해도 110만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7.8% 늘었는데 코로나19가 확산된 2월부터 4월까지 지난해 대비 50% 이상 감소했다. 5월부터 그나마 감소폭이 줄어 8월은 잠정치지만 112만명이 들어와 지난해보다 9.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8월 첫 주말 며칠 동안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많았다는 게 제주도에서는 뉴스였다. 외국인은 지난해 8월 17만3000명, 올해 6000명으로 코로나19 이후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로 의미 없는 통계가 됐다. 해외여행이 막혀 제주도로 향하고 있지만 정부의 여행 자제 권고, 제주도의 코로나 확산 여부 등이 변수다.

지난 9일 제주관광학회가 ‘코로나 일상시대, 제주 관광의 대응’을 주제로 세미나를 했다. 제주연구원 신동일 선임연구위원은 제주관광산업 과제 발제에서 관광형태는 과거 패키지 관광에서 앞으로 개별관광이 일반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숙박은 호텔+펜션에서 독립형 공유숙박+차박(캠핑), 선호관광지는 유명관광지+맛집에서 실외형 숨은 명소로의 변화를 점쳤다. 더 이상 관광버스가 단체관광객을 식당 앞에 풀어놓고 관광객이 내공 없는 음식을 서둘러 먹는 사이 관광 가이드가 식당 주인에게 리베이트를 받아가는 관광은 이제 끝났다.

지난 1월 보고된 한국은행 제주본부 제주경제브리프는 내국인 관광객 신용카드 사용 자료를 토대로 제주도 주력 관광 연령대로 밀레니얼 세대(1981~2000년 출생)가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다니는 여행보다 머무는 여행을 선호하는 이들의 지출 행태를 보니, 식음료비가 늘고 쇼핑·레저비는 감소했다.

제주도 관광산업은 지금 타의에 의해 아픔을 동반한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 진통이 어쩌면 제주 관광을 싸구려 관광에서 고급스러운 관광으로 한 단계 높이 이끄는 계기가 된 것은 맞는 것 같다. 정부가 하지 못하는 것을 코로나19가 하고 있다.

박두호 (전 언론인)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