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 비대면이 넘어야 할 것들

국민일보

[여의도포럼] 비대면이 넘어야 할 것들

한준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입력 2020-09-24 04:01

코로나19 사태가 가져온 중요한 변화 가운데 하나가 비대면 활동이 빠르게 늘어난 것이다. 직장 동료와의 대면 접촉을 줄이기 위해 재택근무가 늘었고, 교실에서의 집단감염 우려로 온라인 수업이 일반화됐다. 공연을 위한 무대가 문을 닫으면서 연주자나 연기자들은 온라인에서 관중을 만날 기회를 찾기 시작했다. 종교 예배도 비대면으로 하는 것이 낯설지 않게 됐다.

비대면 활동은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시도됐다. 전화, 팩스 등을 이용한 재택근무는 이미 1980년대 등장했다. 당시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와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장차 사무실 통근이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비대면 수업 역시 통신 강의까지 포함하면 20세기 중반에 시도됐고, 인터넷 강의에 대한 기대는 2000년대 들어 학교가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을 가져올 정도였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 이전 비대면 근무와 학습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초라한 결과를 보였다. 2010년대 중반까지도 대부분의 조사에서 재택근무 비율은 10%를 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학습 역시 부득이한 경우에 보조적으로만 활용될 뿐 교사와 학생이 만나는 곳은 예외 없이 교실이었다. 정보기술의 빠른 발전에도 왜 비대면 가능성은 충분히 활용되지 못했을까.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첫 번째 이유는 비대면 활동이 대면 활동에 못 미친다는 경험의 차이다. 업무 능률, 학습 효과, 예술적 감동 모두 비대면이 대면을 대신하지 못한다고 이용자들은 많이 생각했다. 두 번째는 이용자들의 과거 습관에 대한 집착, 즉 관성이다. 익숙하지 않은 방식의 도입에 대한 저항 또한 비대면 확산을 방해했다.

그간 비대면과 대면의 차이를 없애려는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기술 개발 노력이 꾸준히 있었다. 그럼에도 코로나 사태 직전까지 비대면이 크게 늘지 못한 이유는 습관의 관성 때문이었다. 대면 접촉을 어렵게 만든 코로나19로 습관의 관성은 중요치 않게 됐다. 그 결과가 비대면 상호작용의 빠른 도입과 확산이다. 사람들은 코로나 사태 이후 비대면이 줄어들지언정 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비대면은 여전히 어쩔 수 없는 한계를 보인다. 비대면을 우리 사회·경제 변화와 발전의 새로운 계기로 삼고자 한다면 이 한계를 직시하고 넘어서야 한다.

비대면 수업의 대표적 문제는 학습 효과가 낮고 그 때문에 교육 격차가 심화하는 것이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21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사 10명 가운데 8명이 비대면 수업으로 학습 격차가 벌어졌다고 생각한다. 교사들은 비대면에 따른 격차의 주된 이유로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 차이, 교사와 학생 간 상호작용의 한계를 들었다. 이 문제에 대한 교육부의 대응은 교사와 학생 간 상호작용이 가능하도록 쌍방향 온라인 수업을 장려하고 여건이 되는 대로 등교 수업도 시행하는 것이다.

비대면 공연에서 나타난 문제는 온라인 공연을 유료화하는 데 한계가 있고 관객들이 몰입할 수 있는 시간도 길지 않다는 것이다. 유료화를 가로막는 주된 원인은 오프라인 공연은 돈 내고 볼지라도 온라인 공연은 공짜로 혹은 저렴하게 보는 습관이다. 온라인 공연의 만족도가 오프라인에 비해 높지 않은 것도 물론이다. 온라인 공연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은 20분을 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오프라인 공연이 어려워진 데다가 온라인 공연도 여의치 않다 보니 공연 예술가들은 커다란 벽에 부닥친 상황에 놓인 것이다.

비대면에 대한 선호 때문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비대면이다 보니 교사와 학생, 학부모, 그리고 공연 예술가와 관객들의 어려움과 불만족이 쌓여가고 있다. 코로나 사태를 언제 벗어날지 전망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비대면에 적응하려는 노력 못지않게 비대면을 혁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술적 혁신 못지않게 내용적 혁신도 시급하다. 그 핵심은 대면 활동을 비대면에서 완벽하게 재현하려 하지 말고 비대면에 가장 적합한 내용을 새로 창조하는 것이다. 자기주도적 학습이 익숙하지 않은 학생도 흥미를 느끼도록 수업 콘텐츠를 만들고, 디지털 기술이 제공하는 가능성을 최대한 살려 오프라인보다 만족스러울 수 있는 온라인 공연을 제공하도록 노력과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국민 삶의 질을 높이려면 비대면 활동의 만족도가 높아져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준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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