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이 세상의 것을 내려놓자 거대한 부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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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곱이 세상의 것을 내려놓자 거대한 부흥이…

류응렬 목사의 창세기 산책 <21> 벧엘에서 만나는 하나님

입력 2020-09-25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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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싱톤중앙장로교회 성도들이 지난 7월 미국 버지니아주 센터빌 교회에서 성전 이전 10주년 기념 예배를 드리고 있다.

오늘날 한국교회의 참 아픈 현실은 기독교가 민족의 구원선이라거나 목회자가 영적인 지도자라는 인식이 사라졌다는 사실입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기독교인에게 특별히 높은 윤리적 삶을 기대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기독교가 자정 능력을 상실했다는 비난까지 받는 실정입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한국교회는 오랫동안 세상의 풍요에 젖어 영적인 깊은 잠에 빠져 있었습니다. 고난과 핍박 속에서 경험했던 하나님의 모습이 점점 약해지고, 세속화라는 거대한 강물에 허우적거리는 형편이 됐습니다. 이제는 진리의 말씀과 성령의 은혜로 깨어나야 할 때가 됐습니다.

디나의 성폭행 사건과 야곱의 반응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길을 떠난 야곱이지만, 그가 정착한 곳은 벧엘이 아니라 세겜이었습니다. 세겜 정착은 야곱에게 전혀 다른 삶을 가져다 줬습니다. 수많은 자식과 재물을 소유한 야곱은 관심과 존경의 대상이 됐습니다. 야곱이 처음부터 세겜에 머물기를 원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는데, 가야 할 땅이 있는데’라고 생각하면서 그렇게 10년이 흘렀습니다. 모든 것이 평안하고 안정돼 보였습니다.

야곱이 머물러야 할 곳은 세겜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은 영적으로 잠든 야곱을 깨우길 원하셨습니다. 야곱의 가정에 거대한 광풍이 불어옵니다. 딸 디나가 가나안 땅의 여인들을 보러 나갔다가 추장 세겜에게 성폭행을 당합니다. 분노한 야곱의 아들들은 세겜 남자들이 할례를 받으면 통혼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합니다. 할례는 하나님이 선택받은 이스라엘 자손에게 주신 언약의 증표입니다. 야곱의 아들들은 할례에 주어진 어떠한 신앙적 의미도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복수를 위해 신성한 증표를 이용합니다.

세겜의 남자들이 할례를 받고 아파할 때 야곱의 아들 시므온과 레위가 성읍으로 들어가 모든 남자를 칼로 죽였습니다. 짐승과 재물을 노략질하고, 그들의 자녀와 아내들을 사로잡아 왔습니다. 야곱은 아들들이 벌인 살인극 앞에 마땅히 하나님께 나아가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해야 했습니다. 생명을 걸고 기도해야 할 야곱이었습니다. 그러나 야곱은 하나님 앞에 나아가지 않고 시므온과 레위만 책망합니다. 그 이유도 사건을 일으켜 그 땅 사람들의 분노를 샀다는 것입니다. 장차 그들이 자신을 칠 것이고 자신과 집이 멸망할 것이라고 두려워합니다. 아들들이 지은 죄가 하나님 앞에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생명이 위태로울 것과 애써 모은 재산이 달아날 것을 두려워하는 야곱입니다. 육신의 죽음은 두려워 떨면서 영혼이 죽어가는 것은 전혀 감지하지 못하는 야곱입니다.

이런 야곱을 지켜보는 우리의 마음은 답답합니다. 왜 하나님의 사람이 이렇게 살아야 합니까. 세상에서 하나님의 향기를 드러내고 진리의 말씀으로 세상을 변화시켜야 할 하나님의 사람 아닙니까. 세상에서 초라하게 떨고 있는 야곱의 모습을 지켜보는 여러분의 마음은 어떻습니까. 우리가 보기에도 너무나 부담스러운, 이런 야곱을 보시는 하나님의 마음은 어떨까요. 하나님의 이름을 불렀을 뿐 하나님이란 존재가 자신의 삶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야곱, 철저히 자아에 사로잡힌 야곱, 그는 육에 속한 신앙인이었습니다.

벧엘로 올라가라

세겜에 빠져 육신의 죽음에 두려워 떠는 야곱에게 하나님이 말씀하십니다. “벧엘로 올라가라.” 벨엘이 어떤 곳입니까. 에서의 낯을 피해 도망할 때 하나님이 만나주셨던 곳, 파렴치한 야곱에게 놀라운 축복을 약속하셨던 땅, 하나님과의 언약이 있는 땅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세상에 뿌리를 내리는 사람이 아닙니다. 오히려 세상에 내려진 뿌리를 뽑아 버리는 사람들입니다. 왜 그렇습니까. 하늘을 향해 새로운 뿌리가 내린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부르심에 야곱의 영적 눈이 열리기 시작합니다. 처참한 자신의 삶을 보고도 포기하지 않고 찾아오신 하나님 앞에서 야곱은 결단합니다. 모든 가족이 이방 신상을 버리고 자신을 정결하게 하고 하나님이 말씀하신 벧엘로 올라가기로 결단합니다. 야곱의 삶에 거대한 부흥이 일어난 것입니다. 아무리 화려한 세겜의 문화라 할지라도 하늘로부터만 내려오는 천상의 감격적인 순간과 비교할 수도 없습니다. 세상의 것을 내려놓는 아쉬움으로 주저할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예비하신 하늘의 선물을 바라보고 일어나야 합니다.

세상에 빠져 살았던 야곱이었지만, 하나님은 그를 다시 부르시고 믿음의 족장 반열에 세우셨습니다. 야곱으로 말미암아 12명의 아들이 태어났고 그들로 말미암아 이스라엘의 12지파가 세워졌습니다. 아브라함과 이삭에게 하신 언약을 야곱을 통해 신실하게 이루신 하나님입니다.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로 씻지 못할 허물이 없고, 주님의 사랑으로 변화시키지 못할 영혼도 없습니다. 야곱을 변화시켜 위대한 믿음의 족장으로 세우신 하나님이 변화시켜 위대하게 사용하지 못할 사람은 없습니다. 우리가 어떤 상황에서도 하나님 앞에서 소망을 가질 수 있는 근거가 여기에 있습니다. 신실하신 야곱의 하나님, 그분이 우리의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미국 와싱톤중앙장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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